![]() |
신성훈(대구경찰청 지역경찰계장) |
최근 친구로부터 '대학생 아들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단속이 됐다'는 얘기를 듣고 잠시 상담을 해준 적이 있다. 상담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해줄 수 있는 말은 '앞으로 무면허 기간 중 절대 운전을 하지 않도록 조심시켜야 한다'는 점과 '대학생이 굳이 차가 없어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위로가 전부였다.
다음날에도 친구는 이의신청·행정심판 등 인터넷을 검색한 결과를 토대로 여러 질문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면허정지·취소 처분 시 생계가 정말 우려되는 경우 △초범으로서 단속 경계수치에 있는 경우 등 극히 예외적 경우가 아니면 구제가 힘들다는 점을 설명하는 것 외엔 해줄 수 있는 말이 더는 없었다. 친구는 실망하면서도 여전히 미련이 남은 듯했다.
결국 친구 아들은 벌금 600만원(단순 음주운전이라도 면허취소 수치 시 벌금 500만원 이상)을 냈다. 한 달 넘게 풀이 죽어 방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는 말도 들었다. 의무경찰에 복무했던 터라 경찰을 꿈꿨지만, 혹시 면접 과정에서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경찰이라는 직업 특성상 음주운전자 검거 보고서를 자주 접할 수밖에 없다. 이때마다 20대 청년의 음주 사례를 보곤 하는데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대다수는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음주운전 단속이 됐거나 사고로 신고가 된 경우다. 밤새워 마신 후 이른 아침에 귀가하다 음주운전을 의심한 다른 운전자의 신고로 단속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잠시니까 괜찮겠지'라는 마음으로 객기를 부려본 것 치고는 제법 혹독한 대가가 기다리고 있다. 벌금 통지서를 받거나 면허정지(취소) 처분을 받을 때 밀려오는 후회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나마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가지 않은 점은 다행이다.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단속 경찰관을 보고 도주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에 직면하게 된다.
명심해야 할 것은 도주과정에서 경찰관을 다치게 하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죄로 구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설령 고의성이 없더라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인피도주)이 적용돼 최대 5년간(음주 확인 시) 면허를 취득할 수 없게 된다. 기동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현대사회에서 5년간 운전을 할 수 없게 되거나, 구속수사로 어렵게 구한 직장을 다닐 수 없게 된다면 청년에겐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자녀가 사회초년생 시절 음주운전이라는 '덫'에 걸리지 않도록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음주운전은 '범죄'라는 인식을 분명히 심어줘 '음주운전→무면허운전'이라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 아이는 '음주운전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도 버려야 한다. 오늘도 사랑하는 우리 자녀들이 음주운전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음주운전은 한 가정을 파괴할 수 있는 범죄"라는 인식을 분명히 심어 줘야 한다.
신성훈(대구경찰청 지역경찰계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