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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 대구시 제공 |
홍준표 대구시장의 '메시지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수해 골프 논란으로 당원권 10개월 정지 징계를 받고도, 전혀 기 죽지 않고 "발언권은 정지되지 않았다"고 했던 자신의 말을 실천하고 있다.
홍 시장은 지난 8일 밤 SNS를 통해 "한낱 계파 졸개에 불과한 하루살이들이 날뛰는 정치판에서 나는 늘 국민적 기반만 생각하고 정치를 했기 때문에 선출직 10선을 했다"고 했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의 표현이지만, 현 대한민국 정치에 대한 진단이기도 하다. 여야를 동시에 겨냥했다. 친윤(친윤석열) 일색의 국민의힘 지도부와 친명(친이재명), 비명(비이재명)계 싸움으로 시끄러운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홍 시장은 "국회의원 5선, 경남도지사 재선, 대구시장 등 선출직 8선에 당 대표 두 번까지 합치면 10선 선출직을 지낸 것은 정치적 기반을 계파에 두지 않고 국민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하루살이들의 권력은 한순간에 불과하다. 정작 중요한 건 국민적 기반이다. 그게 없으면 모래성"이라고 꼬집었다.
홍 시장은 9일에도 글을 올렸다.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한 섭섭함과 내년 총선에 대한 걱정이 묻어난다.
홍 시장은 "나를 잡범 취급하면서 제물로 삼아 수해 대비 부실과 각종 스캔들이 묻혀졌다면 그걸로 나는 만족한다"며 "총선 관여도 지자체장은 금지돼 있고 총선 책임론으로부터도 해방되기 때문에 (대구에) 내려온 것"이라고 했다. 또 "나는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이기기만 바랄 뿐이다. 징계와 상관없이 내가 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며 "거듭 말하지만 나는 국민적 기반으로 정치하는 사람이지 계파 믿고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다. 15대 국회의원 출신으로 이 당에서 유일하게 현역으로 활동하는 정치인이 나밖에 없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라고 강조했다.
'계파'를 놓고 유승민 전 의원과 설전도 벌였다. 유 전 의원이 "홍 시장도 배신자"라고 언급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유 전 의원은 8일 cpbc평화방송 '김혜영의 뉴스공감'에서 "저에 대해 배신자 프레임을 거는 사람들은 저의 정치철학이나 주장하는 정책, 그것의 옳고 그름을 갖고 이야기할 자격이나 능력이 안된다"며 "그런 식으로 따지면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이고 윤핵관, 권성동·장제원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전부 다 그때 배신한 사람들로 드글드글 하다"고 주장했다. 또 "홍 시장은 자기가 필요하면 박 전 대통령과 친박들에 아부하다가 필요 없으면 갑자기 '춘향인 줄 알았더니 향단이'라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을 탈당시키려 했던 홍 시장이다"고 했다.
홍 시장은 즉각 반박했다. 그는 "춘향인줄 알았는데 향단이였다는 비유는 어떻게 현직 대통령이 그렇게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한국 보수집단을 궤멸시킬 수 있었는 지에 대한 무능을 질책한 말이었다"며 "나는 유 전 의원처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누구를 배신한 일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맞받아쳤다.
특히 "배신이란 단어는 개인적 신뢰 관계를 전제로 한 용어"라며 "유 전 의원이 '배신자 프레임'에 갇힌 것은 박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이고 , 각종 당내 선거에서 친박 대표로서 나섰기 때문이다. 탄핵 때 박 전 대통령의 등 뒤에 칼을 꽂은 것은 배신자라고 불려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고 했다.
홍 시장은 "자신에게 씌워진 배신자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해 나를 더 이상 끌고 들어가지 말라"며 "나는 누구 밑에서 굽신대며 생존해 온 계파 정치인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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