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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호 케이엔 대표가 올해 새롭게 개발한 온룩 클렌징 스틱비누를 소개하고 있다. |
경북 예천군 감천면에 자리 잡은 '케이엔(KN)'이 지난 6월 수출 50만달러(6억6천여만 원)를 달성했다.
케이엔은 천연화장품과 비누를 제조하는 회사다. 이 업체 박창호(36) 대표는 2011년 대학생 시절, 경북도로부터 700만원을 지원받아 창업했다. 창업 지원금을 받았지만, 자본금이 적다 보니 번번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한 끝에 각종 지원사업과 창업경진대회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상금을 받아 차곡차곡 자본금을 늘렸다. 노력의 결실은 2년 뒤 2013년 첫 매출로 이어졌다.
박 대표는 이후 천연화장품을 개발해 자체 상표를 론칭하고, 온라인 판매로 1, 2차 물량을 완판했다. 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화장품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트렌드에 맞는 마케팅이 절실했다. 지역에서 연구와 마케팅 인력을 구하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변화의 필요성을 실감한 그는 사업 구조를 기업과 소비자 간 전자상거래, 즉 B2C에서 기업과 기업 간 전자상거래인 B2B로 전환하기로 했다. 사업 아이템을 천연화장품에서 비누로 바꾸고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제조업을 시작한 지 3년, 창업 8년 차인 2018년에 첫 수출이 성사됐다. 수출된 비누는 필리핀 왓슨스(watsons) 400여 개의 매장을 통해 유통됐다. 단숨에 판매 상위권에 올랐다.
필리핀 시장 성과를 토대로 현지에서 주변 3개국으로 재수출이 결정됐다. 올해는 새롭게 개발한 스틱비누의 호주 수출도 이뤄졌다. 현재는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홍콩, 호주 5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경영철학은 '느리지만, 안정적으로 가는 것'이다.
그는 "경북도 경제·통상사절단을 통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있었다. 수출지원프로그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무엇보다 다른 청년기업들과의 교류를 통해 형성한 네트워크가 수출 성사에 결정적이었다. 지역에서 사업을 하다 보면 항상 부족한 게 정보인데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했다"고 말했다.
특히 "주변에 좋은 청년창업가들을 많이 알게 됐다. 더 짧은 기간에 훨씬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도 셀 수 없이 많다"면서 "13년 만에 50만달러를 수출한 것은 자랑이 아니다. 하지만 남들보다 조금 천천히 간 덕분에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엔 새로운 분야에서 창업도 준비 중이다.
박 대표는 "이제 '케이엔'이라는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나의 회사만 키우기보다 여러 분야의 일을 하면서 성장하고 경험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 회사가 잘 되면 그다음 회사를 또 만들 것이다. 계속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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