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연구센터 공동 기획] 미증유의 'G 제로' 시대, 세계시장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8〉

  • 구경모
  • |
  • 입력 2023-10-24  |  수정 2023-10-24 07:35  |  발행일 2023-10-24 제16면
인도-아세안 잠재력 무궁무진…美·中 보완할 핵심 경협 대상

인도-아세안 대상 직접투자

韓, 2014년 이후 중국 넘어서

전기차·디지털 등 협력 유망

대형 플래그십사업 발굴해야
[영남일보-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연구센터 공동 기획] 미증유의 G 제로 시대, 세계시장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8〉
인도-아세안 지역은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지역으로, 경제협력 확대와 함께 안보협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요충지이다. 동남아 10개국의 정치 경제적 연합체인 아세안(ASEAN)은 우리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2022년 기준 한-아세안 교역 규모는 2천74억달러로 중국에 이은 제2위 교역 지역이며, 한국의 대아세안 해외직접투자 규모도 87억달러로 제3위 투자파트너이다. 아세안은 우리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핵심 물류 통로인 인도양-말라카해협-남중국해를 아우르고 있다. 남중국해로는 우리 원유 수송의 약 64%, 천연가스 수송의 약 46%가 통과하고 있다. 또 아세안 지역에는 우리 기업 법인 약 1만7천여 개사가 진출해 있으며, 우리나라가 지원하는 양자간 공적개발원조(ODA)의 20~25%를 차지하는 최대 공여 지역이다. 인도는 세계 2위의 인구를 바탕으로 한 대규모 내수시장과 풍부한 노동력, 영어 공용어 사용, 과학기술 지식을 갖춘 고급 인력 등의 장점을 보유하고 있어 경협 잠재력이 크다.

◆인도-아세안, 수출·해외투자 중국 초과

우리나라는 수출이 경제성장의 주요 엔진이다. 최근 6개월째 상품수지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이례적인 상황에서 국가 전체의 수익을 나타내는 경상수지도 올해 1/4분기 중 45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우리 경제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인도-아세안 지역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도와 아세안 지역으로의 수출 및 해외투자는 이미 중국을 넘어서고 있다. 인도와 아세안 지역에 대한 우리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도 2014년 이후 중국에 대한 해외직접투자 금액을 초과하고 있다.(그래프 참조)

다양한 인종과 종교, 오랜 역사를 보유하고 있는 인도와 아세안은 새로운 콘텐츠 소재의 보고이기도 하다. 한국의 뛰어난 콘텐츠 개발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 소재를 발굴하고, 선진국 시장 진출의 동반자로 상호 협력을 도모할 수도 있다.

[영남일보-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연구센터 공동 기획] 미증유의 G 제로 시대, 세계시장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8〉
손승호〈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위원〉
◆미·중 보완할 협력 대상

미·중 패권 전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가운데 인도와 아세안은 확실한 보완적 협력 대상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제23차 한-아세안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한국의 역할과 기여를 증대하기 위해 자유, 평화, 번영의 3대 비전하에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아세안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임을 강조하고, 아세안과 호혜적인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 Korea-ASEAN Solidarity Initiative)을 추진하기로 발표했다. KASI는 기존 아세안과의 경제통상, 사회문화 분야를 중심으로 하는 협력에 더해 안보, 아세안의 미래 발전 분야 등의 포괄적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KASI의 주요 내용을 보면 향후 아세안과의 협력은 회원국별 특성에 따라 분야별 주요 협력 대상국과 분야를 선정해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즉, 국방, 해양안보,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 기술협력, 디지털,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등의 미래 산업, 기후변화 협력 등 주요 사업 부문별로 개별 국가와의 협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배터리 등 우리 기업의 신산업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핵심 광물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중요하므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핵심 광물 보유국과의 공급망 협력이 강화될 것이다.

◆전기차 산업에 주목

주목할 점은 아세안 주요국인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도 자국의 전기차 산업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배터리의 주원료인 니켈의 최대 생산국으로 세계 생산량의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니켈 매장량도 세계 1위(2천100만t 추정, 세계 매장량의 24%)이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채굴부터 전기차 생산까지 이어지는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합작 공장을 추진하고 있다. 태국도 전기차 제조업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고, 베트남 역시 전기차 소비세를 인하하여 전기차 사업의 육성을 본격적으로 모색함에 따라 한-아세안 전기차 사업 관련 투자 및 협력이 유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시장의 신흥 격전지로 떠오른 인도에 최대 3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판매 부진을 보이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시장을 대체할 거점으로 인도를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디지털 협력 유망

디지털 협력도 주요한 협력 분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아세안 지역은 국가 간 또는 지역 간 디지털 격차가 매우 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 협력은 국제 디지털 규범의 조화, 디지털 역량 강화, 디지털 무역협정 등 다양한 협력 주제가 있으며, 디지털 혁신을 위한 공동 데이터 센터 구축, 인공지능(AI), 기술협력센터 운영 등의 사업이 우선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아세안 6개국(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미얀마, 라오스)은 한국 ODA의 중점협력국이다. 한국 정부는 아세안 국가를 대상으로 유무상 원조를 지속적으로 증대하여 왔다. 2021년 기준 아세안에 대한 총 ODA 지출액은 우리나라 전체 ODA 지출액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와 사상 최대규모 ODA 사업 진행

최근 ODA 사업의 규모가 대형화되고, 민간재원의 혼합 등 다양한 지원방안이 활성화되고 있어 우리 정부가 아세안 주요국 및 인도와의 기본약정(F/A) 규모를 대형화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이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기본약정(F/A)은 ODA 지원 국가별 중기 지원한도를 설정하고, 그 범위 내 ODA 사업 승인 시 일부 행정 절차를 생략해 신속한 사업 진행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해에는 캄보디아와 15억달러에 달하는 기본약정을 체결했으며, 올해에는 인도 및 베트남과 대규모 기본약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인도와는 사상 최대규모인 40억달러 규모가 될 예정이다.

◆민관협력 대형 플래그십 사업 발굴해야

우리 기업의 인도-아세안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중간재를 공급하고 인도-아세안지역에서 완제품을 생산하는 그동안의 글로벌 공급망체계(GVC: Global Value Chain)를 유지하는 동시에 경제협력 규모에 걸맞은 대규모 플래그십(flagship) 사업의 발굴도 필요하다.

이러한 대규모 사업은 민간 재원만으로는 조달하기 어려우므로 민간과 공공부문이 연계해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계를 위해 민관협력사업(PPP)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ODA와 정책금융 기능을 혼합하게 되면 대규모 사업의 발굴 및 추진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카리안-세르퐁 도수로 건설사업은 댐, 도수로, 정수장 등의 건설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부문별 사업을 한국의 ODA와 경협증진자금(EDPF: 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 수출금융(ECA) 등이 각각 지원해 총 4억달러가 넘는 규모의 사업 재원을 성공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라 할 것이다.

글=손승호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위원

정리=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기자 이미지

구경모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