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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징엔 창단 연주회 무대에 오르는 (왼쪽부터) 테너 이원종, 안혜찬, 베이스 이기현, 베이스바리톤 안민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반짝스타'들이 떠오른다. 반짝스타가 된 그 이후는 오롯이 출연자의 몫이다. '그 이후'를 만들어가는 대구의 성악가들이 있다. JTBC '팬텀싱어4'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세 명의 대구 출신 성악가 테너 안혜찬, 베이스 이기현, 베이스바리톤 안민수와 독일 플라우엔-츠비카우 극장 솔리스트로 활동 중인 대구 출신 테너 이원종이 '포징엔(Vorsingen)'이라는 이름으로 의기투합했다.
'포징엔'은 독일어로 '누군가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뜻으로, '4명(four)의 성악가가 여러분에게 노래를 부른다'는 중의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 안민수는 팬텀싱어 출연 후 오랜만에 남성 중창을 하면서 중창이 주는 즐거움을 다시 느꼈다. 이번 공연을 주최·주관하는 프란츠클래식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다 아이디어가 떠올라 팬텀싱어에 같이 출연한 안혜찬·이기현과 함께하자고 제안했고, 테너 한 명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모였다. 이에 안민수가 '세이첸토'라는 중창단에서 같이 오랫동안 활동했던 이원종에게 공연을 제안해 합류했다.
오는 18일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열리는 창단 기념 연주회를 앞두고 이들을 대구의 한 연습실에서 만났다. 이들은 중창의 매력을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또다시 느끼고 있다.
"다 같이 연습하고 땀 흘리는 시간이 솔로보다도 더 힘든 과정도 있어요. 하지만 그 과정을 지나는 자체가 훨씬 더 긍정적이고 재밌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기현 베이스가 워낙 유연하고 센스있는 베이스여서 호흡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없었고, 안혜찬 테너도 본업이 합창(대구시립합창단 상임단원)이다 보니 말할 것도 없었죠. 이원종 테너도 솔리스트로도 뛰어난 역량이 있지만, 중창도 굉장히 섬세하게 잘하는 성악가예요."(안민수)
'팬텀싱어' 출연은 이들에게는 자양분이 됐다. 기존에 해온 클래식 공연을 오히려 한 발짝 더 발전시키는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
"목소리를 어떻게 블렌딩해야 하고, 소리를 어떻게 변형해서 화음을 맞춰야 하는지에 대해 방송을 통해 많이 깨닫고 배웠어요. 이런 경험을 토대로 4명의 성악가가 모여 각자 개성을 살리면서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이기현)
"방송을 통해 많이 성장했던 것 같아요. 정신적·육체적·음악적으로도 최대치를 뽑아냈던 시간이었죠."(안혜찬)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클래식이지만, 클래식을 하면서 내 사고가 조금 묶여 있던 부분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앞으로 정통 클래식을 중점적으로 하겠지만, 좀 더 대중에게 클래식이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방향으로 모색할 수 있게 됐습니다."(안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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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징엔 창단 연주회 무대에 오르는 (왼쪽부터) 테너 이원종, 안혜찬, 베이스 이기현, 베이스바리톤 안민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번 공연은 정통 클래식부터 영화음악, 한국 가곡까지 다양하게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1부는 솔로, 2부는 듀엣, 4중창 등 다양한 형태로 공연을 준비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 빈에서 활동하고 있는 임형섭 영화음악 작곡가가 각 성악가의 목소리에 어울리게 연주곡들을 대부분 편곡했다. 'Mattinata' 등 안혜찬의 솔로곡은 '팬텀싱어'로 화제가 된 곡들이다. 첼리스트 이호찬, 피아니스트 박상욱 등 반주를 맡은 앙상블 팀의 면면도 눈길을 끈다.
"TV로 세 분이 공연하는 걸 보면서 직업병처럼 실제 공연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는 클래식 공연은 마이크가 있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방송이니까 그런 거 아닐까'하는 그런 의문을 가지시지 않아도 될 거예요."(이원종)
이번 공연 이후 '포징엔'의 공연은 당장 계획된 건 없다. 하지만 '포징엔'으로 계속해서 다른 지역에서도 공연을 이어가고 싶다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포징엔을 장르에 한계는 두지 않으면서, 정통 클래식을 벗어나진 않는 팀으로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대구가 서울 다음으로 클래식 공연을 많이 할 정도로 문화도시인데, 그 문화도시에 저희가 중심이 되는 팀이 되어도 좋겠죠."
글·사진=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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