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의 웹3.0과 밈코인] <16> 대구경북-호치민-북미유럽 가로지르는 똑똑한 전략 필요하다

  • 박한우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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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2 17:49  |  수정 2023-10-13 07:00  |  발행일 2023-08-21
동남아시아 테크 허브 베트남, 웹3 분야 성장세 인상적
호치민, 베트남 디지털 테크와 교육 허브로 알려져
블록체인 중심의 신규 벤처 캐피탈 펀드 IDGCVB, 광범위한 투자 포트폴리오
대구경북 지방정부 차원 호치민과 협력 필요성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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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출처: NIPA 글로벌ICT 주간동향리포트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2023년 8월호 2주차 글로벌ICT 주간동향리포트를 보자. NIPA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2023년 기술동향 전망((McKinsey Technology Trends Outlook 2023)을 정리해서 소개하고 있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작년부터 광풍을 일으킨 응용 AI 특히 생성형 AI가 차세대 기술의 선도주자로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이에 반해서, 웹3에 대한 관심도는 최고점 1.0의 절반인 0.5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렇지만, 맥킨지는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권 보호를 위한 개방형 프로토콜로서의 웹3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 여전히 강조하고 있다. 웹3 분야의 채용 공고가 직전 대비 40% 증가, 620억 달러(약 81조 4천680억 원)의 투자성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수준에 비견할 것은 아니지만, 최근 싱가폴과 함께 동남아시아의 테크 허브로 불리는 베트남을 방문하여 웹3 분야의 성장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특히 호치민은 베트남의 디지털 테크와 교육 허브로 알려져 있다. 전체 250여 개 가운데 상위권 대학 30여 개가 위치해 있으며, 영국과 미국 등 해외에서 운영하는 국제학교도 30여 개에 이른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택시와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유명한 그랩(Grab)의 탄생지이며, 웹3 블록체인 게임으로 유명한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의 핵심 기술팀이 소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소재의 글로벌 드론 회사인 디제이아이(DJI)가 범용 시장을 장악했다면, 베트남의 벤처 기업인 그림시(Gremsy)는 짐벌(gimbal) 카메라 분야에서 픽시(PIXY) SM이라는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비즈리(Vexere)가 있다. 이 회사는 버스 티케팅 플랫폼 분야의 떠오르는 신생 벤처인데, 베트남을 시작으로 동남아 전역으로 시장을 확대해 가는 중이다. 이외에도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마스(MaaS)와 지능형 비전(vision) 기술로 주목받는 아이큐(EyeQ)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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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구체적으로, 베트남의 웹3와 블록체인 생태계를 알기 위해서 IDG 캐피탈 베트남 블록체인(IDG Capital Vietnam Blockchain)를 찾았다. IDGCVB은 IDG 캐피탈 베트남이 설립한 블록체인 중심의 신규 벤처 캐피탈 펀드이다. 펀드 규모는 미화 4천만 달러 이상이다. IDGCVB은 베트남 하노이와 호치민 2곳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다. 우리는 2023년 8월 16일에 호치민 본사를 방문했다.

1992년 보스턴에서 설립된 IDG 캐피탈은 벤처 캐피털, 사모펀드 및 인수합병을 전문으로 하는 투자 및 자산관리 회사이다. 바이두(Baidu), 텐센트(Tencent), 샤오미(Xiaomi)와 같은 디지털 1세대부터 리플(Ripple), 쿠코인(Kucoin), 코인베이스(Coinbase) 등과 같은 블록체인 1세대 기업까지 광범위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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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영남대교수(오른쪽 둘째)가 IDGCVB 관계자들과 토론을 하고 있다.


우리가 만난 데이비드 트란(David Tran)은 IDGCVB의 연구 책임자(head of research) 직책을 갖고 있었다. 흥미롭게도 그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박사로 현재 미국 매사추세츠대학교(U of Massachusetts) 교수로도 재직하고 있었다. 인터뷰에서 트란 교수는 그가 지닌 학술적 지식과 연구정보를 바탕으로 블록체인 분야의 유망한 스타트업 발굴과 액셀러레이터 과정에서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지원이 가능함을 강조했다.

그리고 IDGCVB는 2023년 3월 말 공식 출범한 신생 펀드이지만 기존 경험을 바탕으로 2개월 만에 옥살루스, 센틱, 넥스트 비전 캐피탈 등 3개 포트폴리오에 대한 투자를 획득했으며, 포레스 네트워크가 설립한 스위치-업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먼저, IDGCVB가 회사 명칭에 암호화폐와 가상자산을 뜻하는 크립토(crypto)가 아닌 블록체인을 사용한 이유가 궁금했다. 크립토는 블록체인 비즈니스의 특정 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반 웹3 시장 전체를 보는 것을 강조했다. 기술혁신보다 마케팅에 초점을 둔 블록체인 회사에 대해서 투자 결정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사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코인 발행과 토큰 경제만을 중점적으로 추구하는 메인 넷(main net)이 상당수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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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영남대 교수(가운데)가 IDGCVB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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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 하이테크파크 인큐베이션센터를 방문한 영남대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으로 시장 상황과 출구(exit) 전략을 질문하니 IDGCVB는 전자상거래, 핀테크(fintech),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의 3개 분야에서 3년 안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일 수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 중이라고 했다. 포트폴리오는 베트남 60% 동남아시아 20% 미국 20% 등으로 배분되어 있다. 베트남의 블록체인 생태계의 현황을 10점 만점으로 대답해 달라고 요청했다. 트란은 개인적 판단임을 전제하며 시장에서 느껴지는 참여자들의 열정은 7점이지만 수준은 4점에 불과하다고 했다.

사실 이번에 방문했던 호치민시경제대학(UEH) 혁신원(Innovation Institute), 스마트시티관리원(ISCM), 사이공 하이테크파크 인큐베이션센터(SHTPIC, Saigon hi-tech park incubation center) 등과 함께했던 회의와 교류 과정에서, 우리는 IDGCVB 트란 교수의 자국 시장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객관적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빅데이터, 모빌리티, IoT(Internet of Things) 분야는 열심히 활동하는 벤처 기업들이 있었지만,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은 거의 전무했다.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한 웹3 혁신 기업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마침 우연히 박윤하 우경정보기술 대표이사를 호치민에서 만나게 됐다. 박 대표는 '대경ICT산업협회'회장으로 대구경북 ICT(정보통신기술)업계를 대변한다. 그는 호치민의 현재 수준이 우리 지역보다 높지 않지만, 낮은 인건비에 비교해 고급 인력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해외 투자가 증가 중이기 때문에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따라서 적극적 협력과 교류를 통해 지역 기업이 부족한 개발자를 공급받거나, 베트남을 매개로 북미와 유럽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거둘 수도 있음을 밝혔다.

웹3와 블록체인은 미래형 분산 인터넷으로 전환하는 데 가장 필요한 기술이다. 하지만 대구경북 지역은 서울 수도권과 경쟁하기에 인적, 물적 자원이 모두 부족하다. 그렇다고 서울권 인재와 자본이 내려오지 않는다.

한편 베트남의 높은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 덕분에 호치민은 글로벌 자본과 로컬 인력이 서로 만나는 도시가 되고 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라도 호치민과 협력하여 학술대회와 테크 전시회 개최,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 마련, 비즈니스 매칭 사업 등을 통해 지역 기업의 우수한 인적 자원과 기술력을 글로벌 시장에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자.

삼각 협동을 통한 국가혁신체제에 방점을 둔 트리플헬릭스(triple helix) 관점에서, 대구경북-호치민-북미유럽을 가로지르는 인력망, 자본망, 유통망 확보를 통해 우리 지역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지렛대로 활용하는 똑똑한 전략이 필요하다. <영남대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 소장, nft-korea.eth>

박한우 교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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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교수


박한우 영남대 교수는 대구에서 초중고를 보내고 한국외국어대(학사), 서울대(석사), 미국뉴욕주립대(SUNY-Buffalo)(박사)를 졸업했다. 네덜란드 왕립아카데미(NIWI-KNAW)와 옥스퍼드인터넷연구원(OII) 등 글로벌 연구기관에서 근무했다. 영남대 부임 이후에 WCU웹보메트릭스사업단, 세계트리플헬릭스미래전략학회, 사이버감성연구소 등을 주도했다.

물리적 경계 속에 한정되어 있던 인간관계와 시대이슈가 온라인을 통해서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기존 법칙에 도전하는 과정을 탐구하는 빅데이터 네트워크 방법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데이터 기반 주요 연구방법론인 과학계량학(scientometrics), 하이퍼링크분석(hyperlink network analysis), 웹계량학(webometrics), 대안계량학(altmetrics), 트리플헬릭스(triple helix) 등을 국내에 소개하고 선도해 왔다. 하이퍼링크 연결망은 INSNA(International Network for Social Network Analysis) Connections가 출판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 목록에 포함되기도 했다.

SCImago-EPI Award, ASIST Social Media Award 등 국제 저명 학술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Quality & Quantity, Journal of Contemporary Eastern Asia 편집위원장(EIC)을 현재 맡고 있다. 최근에는 Scienceasset.com의 웹3 국제학술지 ROSA Journal의 초대 편집위원장으로 위촉되었다.

사회연결망과 빅데이터를 통해서 데이터와 정보의 흐름 및 지식생산과 혁신체제 관련 이슈를 계량적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로서 SSCI급 저널에 100편 이상의 논문을 출판했고, 최근 2023년 5월에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International Communication Association)가 선정하는 석학회원(ICA Fellow)으로 뽑혔다.

글로벌 연구성과에 못지않게, 이미 오래 전부터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가 심해지면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는 등 국내외 이슈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창의적 지식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활용에 관한 중앙정부 및 지자체 자문위원으로서 이 분야에서 소외계층의 삶의 개선과 지역발전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로 보는 우리 지역 세상을 탐구하자는 방향에서 '빅로컬 빅펄스(Big Local Big Pulse)' 랩을 운영하면서, 데이터 기반한 이슈탐지와 융합학문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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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영남대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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