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예술가의 작품세계를 만나는 방법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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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08  |  수정 2023-09-08 07:02  |  발행일 2023-09-08 제26면
핀란드에서 만난 전시·공연

새로운 예술인 알게 된 계기

헬싱키 방문해 자연스럽게 접해

대구 출신만 강조하지 말고

예술가 작품으로 만나는 기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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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애 문화부 선임기자

톰 오브 핀란드(Tom of Finland)와 아울리스 살리넨. 올여름 휴가 기간 기자가 핀란드 헬싱키에서 새롭게 알게 된 핀란드 출신 예술인이다.

헬싱키 키아즈마 현대 미술관에선 일러스트레이터 '톰 오브 핀란드'(1920~1991, 본명 토우코 라크소넨)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그는 가죽 재킷 또는 제복 등을 입은 동성애자 남성의 유쾌한 이미지를 그린 일러스트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이야 그의 고향인 핀란드를 포함한 북유럽 국가들은 동성애에 열려 있는 국가로 꼽히지만, 당시에는 핀란드를 포함한 유럽에서도 동성애는 법적으로 금지됐다. 그는 자신의 일러스트를 미국의 잡지에 게재하며 이름을 알리게 된다. 이제 톰 오브 핀란드는 '무민'으로 잘 알려진 토베 얀손과 함께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핀란드의 아티스트로 꼽힌다. 뉴욕현대미술관(MoMA)도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키아즈마 전시는 핀란드에서 열린 톰 오브 핀란드 전시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핀란드 현대 작곡가 아울리스 살리넨을 알게 된 건 핀란드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 창단 60주년 기념연주회에서였다.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 한누 린투가 지휘한 이날 연주회에선 릴리 불랑제의 '파우스트와 헬레나'와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사이에 특별한 곡이 연주됐다. 핀란드 작곡가 아울리스 살리넨이 60주년을 기념해 오케스트라를 위해 특별히 작곡한 팡파르다. 80세가 넘은 이 작곡가는 이 곡의 오케스트라 연주가 끝난 후 무대에 올라 관객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오케스트라 측은 아울리스 살리넨과 이날 지휘를 맡은 한누 린투에게 공로를 기리는 배지를 수여했다.

대구에서도 대구미술관 기획 전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 등의 축제에서 지역 예술인을 만날 수 있다. 지역 출신 유명 음악가가 출연하거나 지역에서 활동 중인 예술인이 참여하는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대구시와 대구문화예술진흥원도 대구 인물 기행을 통해 이상화 시인, 박태준 작곡가, 이인성 화가와 관련된 투어 코스를 개발해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들의 존재감이 드러나진 않는다.

핀란드에서 두 공연과 전시를 보며 인상 깊게 느꼈던 건 핀란드 예술가들의 뛰어난 수준이 아니다. 핀란드가 아닌 외지에서 온 관광객인 기자가 핀란드 출신의 두 예술인을 기억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톰 오브 핀란드' 전시 홍보 전광판은 헬싱키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지나가게 되는 에스플라나디 공원 인근 거리 초입에 설치됐다. 이번 핀란드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 60주년 기념 공연은 핀란드 최대 예술축제인 '헬싱키 페스티벌' 프로그램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외지에서 축제를 위해 찾은 관광객 중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왔다가 이 작곡가에 대해 알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기자 옆자리에 앉은 관객은 이 공연을 위해 다른 유럽 국가에서 왔다.

대구 출신 예술인을 조명하는 방식도 다양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전시·행사 관련 홍보물을 통해 '이 사람이 대구 출신'이라는 것을 알리는 게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예술세계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건, 그의 작품과 공연을 눈으로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이다.
최미애 문화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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