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이철우의 '소통'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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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14  |  수정 2023-09-14 10:06  |  발행일 2023-09-14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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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경북본사 부장

지난 7일 저녁 경북도청에서 열린 '다시 뛰는 대한민국 경북의 힘으로' 콘서트가 끝난 뒤 콘서트장을 찾았던 도청 간부 공무원 부인들이 저녁식사 자리에 이철우 도지사를 깜짝 초청했다. 이 도지사는 예정에 없던 초청이었지만 마다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14명이 건넨 술잔을 모두 받았고, 이들의 남편 자랑도 하나하나 챙겨 들었다.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자리지만, 이 도지사의 이런 행보는 경북도청 안팎에서는 당연시된다. 매주 화요일 경북도청의 새벽을 깨우는 '화공(화요일에 공부하자) 굿모닝 특강' 강사가 하루 전 도청신도시에 도착하면 저녁식사는 무조건 이 도지사와 해야 한다. 도청 앞 천년숲 황토 맨발걷기는 디저트다.

2018년 민선 7기 이 도지사가 취임한 이후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기에 빠진 경북의 현 좌표를 인식하고, 나아갈 방향을 찾기 위해 국내외 분야별 최고 전문가를 초청해 시작한 화공 특강이 이번 주로 240회를 맞았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듣고 정보를 공유하고 거기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자세가 배인 이 도지사가 시작한 화공 특강은 '소통'에서 비롯됐다.

가야고분군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제45차 세계문화유산위원회'가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동행을 요청한 이남철 고령군수의 제안에 17시간의 비행도 마다하지 않고 흔쾌히 받아들인 이 도지사의 결정도 '소통'에서 찾을 수 있다.

7개 가야고분군 중 고령군 지산동고분군이 전체 면적의 50% 가까이 차지하지만, 경남 김해·함안·창녕·고성·합천 5개 지자체가 포함되면서 '경남 잔치'로 전락할 우려가 높아지자 이 군수가 이 도지사에게 지원 요청을 한 것이다. 전북 남원 고분군도 이번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에 포함됐다.

이 도지사는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체장 및 정치인들과 친분이 두텁기로도 유명하다.

2013년 12월 여·야 간 대치국면이 최고조에 달했을 당시, 이 도지사(당시 재선 국회의원)가 적극적으로 나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경북지역 국회의원과 민주당 전남지역 국회의원들이 '동서화합포럼'을 발족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영·호남이 상대방을 이해하고 인정하려는 '소통'에 첫 발걸음을 뗀 것이다.

동서화합포럼은 이 도지사의 제안에 따라 출범 후 첫 행사로 2014년 1월 경북지역 국회의원들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전남 신안군 하의도를 방문했다. 당시 동행취재에서도 이 도지사는 "동서 갈등을 정치권에서 먼저 풀어야 한다"며 소통을 강조한 바 있다.

목포에서 하의도로 향하던 배 안에서 박지원 등 민주당 의원들이 "DJ 선생님께서 하의도에 연도교가 없어 돌아가시면서도 눈을 제대로 못 감으셨다"며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최경환 의원에게 읍소하자, 이 도지사 등 경북 의원들도 힘을 보탰다. 


이에 전남지역 국회의원 7명이 두 달 뒤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아 추모관에서 참배하고, 박 전 대통령 동상에서 기념 식수와 표지석 제막식을 가진 뒤 동서화합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로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걸개 현수막 앞에서 기념촬영까지 했다. 전남지역 민주당 의원들은 이어 당 차원에서 삭감키로 했던 구미 새마을운동테마공원 건립 예산을 다시 살려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소통'이 사라진 지금의 국회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임성수 경북본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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