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핵직구] 이재용과 대구 뭉티기

  •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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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13 06:59  |  수정 2023-12-13 07:00  |  발행일 2023-12-13 제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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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부산엑스포 유치실패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재벌총수 8명과 함께 부산을 방문한 데 대해 비판의 소리가 높다. '권력을 남용한 일종의 슈퍼 갑질'이라는 것이다.

한 신문은 "걸핏하면 기업총수 들러리 세우는 게 '시장경제'인가"라며 흥분했다. 이런 비판의 대열에는 반(反)윤정치 세력과 좌파언론뿐 아니라 보수 언론도 가세한다.

'부산떡볶이 먹방'으로 희화화되는 이번 부산행사는 물론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 동행한 재벌총수들이 이끄는 대기업그룹의 총매출액이 정부예산의 1.5배가 넘는 1천조원에 이르는 만큼, 국가 경제의 사활이 이들의 성적에 달려 있다.

특히 63개 계열사에 27만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이재용 삼성 회장의 결정 하나에 수조 원의 투자가 좌우되고, 500만 주주들이 울고 웃는다. 삼성그룹의 생존과 미래전략을 고민하는데에도 이 회장에게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처럼 눈코 뜰새 없는 이재용 회장이 하루종일 부산을 찾았다는 사실 그 자체로 윤 대통령의 '부산방문'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정치권과 언론의 논란과는 별개로 SNS상에선 며칠 내내 이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이 폭발적인 화제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사장님 저는 어묵 국물 좀…"

"(국물을 마신 뒤) 아, 좋다."

부산 깡통시장 분식집 워딩에서부터 '쉿'하는 손짓과 함께 익살스럽게 찡긋하는 이 회장의 사진은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동행한 한 장관은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다"며 "이 회장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고 했다. 시장 상인들은 이 회장에게 "잘 생겼다!"고 환호했다.

엑스포 유치실패로 취임 이후 처음 직접 사과한 윤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는 간단했다. "엑스포 유치 목적이 결국 부산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 아니냐. 앞으로 삼성 등 대기업과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유치해 경제를 일으키겠다"는 것이었다.

대선 때부터 고비 고비마다 반전의 승부수로 위기를 극복해 온 윤 대통령의 천재적인 정치 감각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이재용 회장을 앞세운 '부산떡볶이 먹방'으로 흉흉한 부산민심을 가라앉히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이 회장의 부산방문을 지켜보는 대구시민들의 마음은 사뭇 착잡하다. 윤석열 정부의 최대 주주임을 자부하지만, 아직도 가시적인 성과는 없고, 경제는 부산처럼 어렵다. 특히 삼성은 대구가 발상지임에도 이재용 회장은 대구를 찾은 지 오래됐다. 올 연초엔 삼성라이온즈 야구단의 시즌 개막전을 참관할 예정이었으나, 이마저도 취소됐었다.

"떡이 아주 쫄깃쫄깃하다"고 부산음식을 칭찬한 윤 대통령이 즐겨 찾는 대구 음식이 있다. 바로 '뭉티기'요리다. 소 뒷다리 안쪽 허벅지 부위의 살을 "뭉퉁뭉퉁 썰어 낸다"는 사투리에서 유래된 대구식 생고기다. 지난달 대구 방문 시 칠성시장에서 뭉티기로 식사를 한 윤 대통령은 "대구 근무시절 월배지역에서 뭉티기와 소주로 회식을 했었다"고 회상했다.

대구시민들도 서문시장에서 윤 대통령과 이 회장이 함께 뭉티기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싶다. '삼성 없는' 삼성모태도시 대구라는 소리를 도대체 언제까지 들어야만 하는가!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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