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희 시인, 첫 시집 '아침 수건을 망각이라 불러야겠어' 펴내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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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3 20:14  |  수정 2024-01-24 08:29  |  발행일 2024-01-25 제16면
일상의 찰나를 단단한 시어로 잡아두는 시심 돋보여
노동, 교육 등 반복되는 사회적 이슈도 시편에 담아
표지

방송 시나리오 작가인 이지희 시인이 첫 시집 '아침 수건을 망각이라 불러야겠어'(시산맥)를 펴냈다.

4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55편의 시가 수록됐다. 시편마다 일상의 찰나를 단단한 시어로 잡아두는 시심이 돋보인다. 흔하게 마주하는 사물도 독특한 감성으로 바라보며 쉽게 지나치지 않는다.
"의자도 의자에 앉고 싶었을 겁니다/공원 구석 기우뚱대는 저 오래된 나무의자가/실은, 앉을 곳을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든 건/당신이 오로지 당신의 무늬로서만 고개를 갸웃거릴 즈음이었습니다"('당분간이라는 무늬' 부분)

노동과 교육 등 여전히 반복되는 사회적 이슈에도 집중한다.
"절망을 쉬게 된 엄마가 있습니다/산재로 아들 잃어/피켓 걸고 1인 시위하다가/길모퉁이에서 쉬고 있습니다/쉬면서 절망을 쉬고 있습니다/절망을 들이쉬고 내쉬고 있습니다//(중략)//무엇을 쉬지 않아도 되고 그냥 쉬어도 되는데/아들은 왜 하루도 쉴 수 없었을까요 왜 그리 가혹했을까요/절망을 내쉬면서 엄마는 쉬지 못한 아들의 한을 푸리라 확신합니다"('쉬는 엄마' 부분)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며 쓴 시는 고개를 떨구게 한다.
"(전략)1학년 6반, 혼자 남은 여교사가/침묵의 고뇌를 턱에 괼 때/곧 학부모 전화가 걸려 오면/팔꿈치 안쪽부터 서서히 떨릴 것이라는 걸/창틀은 알고 있다/뜻을 굽힌다면 고뇌는 가벼워질까//(중략)//바랜 빛도 아닌, 칠하지도 못했던 소명의 빛깔/창틀 같은 고투의 경계 마디쯤에서/최선의 팔꿈치 미처 펴보지 못하고"('최후라는 최선' 부분)

신용목 시인은 "이지희 시인의 시는 '순리'를 '역설'로 전환 시키며 이유와 위의를 얻는다. 그로 인해 마침내 새로운 세계의 지경에 이른다"고 평했다.

2018년 '시인시대'로 등단한 이지희 시인은 KBS·대구 PBC 작가 및 라디오 MC를 지냈고, 현재 방송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죽순문학회, 대구미니픽션작가회 회원이면서 '다락헌' 동인이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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