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구 소재 '지로' 이영준 대표, 나이키 신발 폐원단으로 국내 첫 '업사이클링 장갑' 만들어

  •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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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1 08:24  |  수정 2024-02-01 08:26  |  발행일 2024-02-01 제18면
3년간 기술개발 라이선스 따내
북미·유럽시장 등 수출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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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후 대구 달서구 중소기업성장지원센터에서 이영준 지로 대표가 영남일보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대구 달서구에 소재한 중소기업성장지원센터에 둥지를 튼 <주>Zi:ro(이하 지로)가 자투리 원단들을 재활용해 국내 최초로 업사이클링 장갑을 제작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 장갑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와 라이선스 계약까지 맺었다. 지로가 제작한 업사이클링 장갑이 나이키 브랜드를 달고 조만간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로와 나이키의 인연은 이영준 지로 대표가 부친이 대구에서 운영하는 회사에서 같이 일할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이 대표는 나이키에 원사를 공급하는 업무를 맡았다. 자연스레 매년 몇 번씩 나이키사와 만나며 인연을 맺어왔다.

그러던 중 부친이 운영하던 회사가 해외 원단을 활용한 신규 원사 개발에 성공했다. 이 업체의 새 원사 개발에 주목한 나이키 측은 이 대표에게 먼저 솔깃한 제안을 했다.

나이키 신발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자투리 원단 등 폐자원을 활용해 만든 원사로 제품을 만들면 나이키 로고를 사용해 출시할 수 있도록 승인해주겠다는 것. 실제 나이키는 '나이키 그라인드(Nike Grind)'라는 순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고무·폼·섬유·가죽 및 직물을 포함한 제조 스크랩, 사용되지 않은 제조 재료 및 수명이 다한 신발 등을 수거해 새로운 재료로 가공하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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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와 제휴해 제작한 지로의 산업용 장갑 제품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지로의 업사이클링 장갑은 이런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지로의 대표 제품은 작업용 장갑(4종)이다. 폐원단을 활용해 장갑을 만드는 기술력은 전 세계에서 지로만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폐원단을 활용했지만 품질엔 더 큰 공을 들였다.

신생기업인 지로는 대구에 둥지를 튼 지 벌써 1년이 됐다. 특히 이 대표를 포함해 3대가 대구 섬유산업에 종사하고 있었고 섬유 업체가 대구에 집적돼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3대가 섬유업을 영위하면서 쌓아놓은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도 대구 정착을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현재 국내에선 편의점 CU와 이마트 등 일부 국내 유통업체에서 지로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조만간 다른 대형마트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특히 이 대표는 북미, 유럽 등 해외 수출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 대표가 지난해부터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며 해외 수출의 초석을 다져놨다. 최근 체코에서 지로의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에이전트가 확정되면서 영업을 시작했다. 독일에서도 현지 판매망 확충을 위해 협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지로의 회사 아이덴티티는 '친환경'이다. 기업명도 웨이스트 제로(Waste-Zero)를 목표로 한다. 제로(Zero)와 발음이 유사한 지로(Zi:ro)로 지었다.

이영준 지로 대표는 "친환경을 생각하며 기술개발에만 꼬박 3년이 걸렸다. 나이키 브랜드만 믿고 제품을 만든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최근 ESG 등 친환경 추구가 대세인 만큼 우리 같은 업사이클링 기업에 더 관심을 갖고 친환경적인 소비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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