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정치란 무엇이어야 하는가…자유·평등의 개념, 잘못 사용되고 있다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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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2 08:18  |  수정 2024-02-02 08:21  |  발행일 2024-02-02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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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1장으로 구성된 '정치란 무엇이어야 하는가'는 자유, 평등, 정의, 정부, 사회, 재산권, 시민권 등을 주요하게 다룬다. 〈게티이미지뱅크〉

오늘날 국내 정치권의 세태는 증오와 혐오에 가깝다. 거리에는 상대 정당을 비난하고 꼬리 잡는 현수막이 댓글처럼 나부끼고, 뉴스와 토론 프로그램 속 정치인은 연신 반대를 위한 반대 발언을 펼친다. 이들에게서 나오는 '정의'며 '진실'과 같은 말은 어쩐지 현실과 동떨어져 피상적으로 들린다. '경청'은 '듣지 않겠다' 혹은 '듣고 싶은 말만 듣겠다'로 해석되는 듯하고, 이들의 책임 전가, 보복을 위한 정치 앞에서 재난과 참사는 수단이자 배경으로 활용된다.

오용되어온 개념 다시 살펴보는
유용·실질적인 정치 철학 입문서
특정 관점 아닌 다양한 주장 담아


이런 현실에서 이 책의 등장은 반갑다. 이 책은 자유, 평등, 권리 등 널리 쓰이지만 오용되어온 개념을 다시 살펴보는 정치철학 입문서로, 다양한 정치적 개념을 현실의 사례로 풀어 소개한다. 특히 존 롤스를 비롯해 로버트 노직, 이사야 벌린, 장 자크 루소, 존 로크, 데이비드 슈미츠 등 정의에 관한 이론을 받아들이는 철학자들의 주장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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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브레넌 지음/배니나·정연교 옮김/궁리/192쪽/1만6천원

저자 제이슨 브레넌은 '민주주의를 반대한다'를 통해 민주주의를 하나의 도구로 바라보며 유권자를 호빗, 훌리건, 벌컨 세 유형으로 나눈 것으로 유명한 정치철학자다. 그는 정치철학자로서는 드물게 자유지상주의를 지지하는데, 20세기 중반 이후 서구 정치철학계를 주도해온 존 롤스의 진보적 자유주의의 관점에서 쓰여온 기존의 정치철학 입문서에서 벗어나, 특정 관점에서 서술하지 않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총 11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는 자유, 평등, 정의, 정부, 사회, 재산권, 시민권 등을 주요하게 다룬다. 특히 2장 '정의의 문제와 권리의 본질'에서 저자는 존 롤스를 인용해 사회를 '상호 간의 이익을 위한 협동체'로 규정하고, 정치철학의 목적이 사회제도의 기본 틀, 즉 '상호 협력의 조건'을 궁구하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4장 '재산권'에서는 인간의 자유와 밀접한 재산권, 사유재산제도의 효용성을 설명한다. 이는 8장 '경제적 자유에 대한 범위'와 이어지는데, 사유재산권의 한계에 대한 찬반 논쟁을 각각 존 토마시와 사무엘 프리먼의 논증에 기초해 설명한다.

여기에 옮긴 이의 긴 해제에서는 정치철학의 목적, 성격, 과제 등을 일별한 후, 각 장의 핵심 주제와 연계해서 생각해볼 만한 문제를 소개한다. 크게 '권리와 재산권' '자유와 시민권' '평등과 정의' '사회, 국가, 정부'로 묶어 본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배경지식과 곁들여 생각하면 좋을 만한 이슈를 말하고 있다.

물론 정의와 개념을 논하는 정치철학이 당장 내가 먹고사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정의는 정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라거나 "정의에 대한 견해는 전적으로 주관적"이라며 논쟁 자체를 포기해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는 대부분 정치에 대해 편향적이고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사고한다"는 정치심리학자의 말을 빌려 이 논쟁이 정당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정치적 문제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이유는 각자 "무엇에 얼마나 가치를 부여하는지가 다르기 때문"일 수 있다. 정치철학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정치에 관한 우리의 판단이 올바르다고 여길 수 있는 조건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조건을 충족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치철학을 전공하는 사람뿐 아니라 정치철학이 생소하거나 정치적 견해가 없는 사람에게도 유용하고 실질적인 입문서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 제이슨 브레넌(Jason Brennan)은 현재 미국 조지타운대 맥도너 경영대학원에서 경제, 윤리, 공공정책을 가르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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