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왜 더러운 사람 만드느냐"…회고록서 뇌물 혐의 '분노'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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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6  |  수정 2024-02-05 19:47  |  발행일 2024-02-06 제3면
검찰의 뇌물 조사에 격앙된 감정 표출, 소리도 질러

"유승민 전 의원, 대통령이 아닌 국민을 배신한 것"

도와달라 부탁한 의원 탄핵안에 찬성표 던져 '쓸쓸'

박근혜 전 대통령 왜 더러운 사람 만드느냐…회고록서 뇌물 혐의 분노
박근혜 전 대통령이 5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박근혜 회고록 출간기념 저자와의 대화'에서 유영하 변호사의 발언을 들으며 웃고 있다. (공동취재)

박근혜 전 대통령의 회고록 '어둠을 지나 미래로' 북콘서트는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재임 시절 소회와 최근 일상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재임 시절에 대한 평가와 아쉬움을 묻는 질문에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맡았을 때 국민 행복시대를 여는 단초를 만들고 싶었다"며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국정기조는 경제부흥, 문화융성, 국민행복이었는데, 경제부흥은 특히 창조경제를 중심으로 힘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또 "(창조경제 성과에) 무척 보람이 있었다"며 "이렇게 심혈을 기울인 정책들이 이제 성과를 내기 시작했는데, 퇴임하면서 완성치 못한 게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최근 일상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박 전 대통령은 "특별히 일정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간단한 아침식사를 혼자 준비해서 먹고 재활운동을 한다"며 "오래 전부터 간단히 해 먹는 게 습관이 됐다. 대개 사과와 달걀 한 개, 시리얼, 요구르트, 커피 한 잔을 먹는다. 오후가 되면 시간 있을 때 30~40분 걷기 운동을 한다"고 했다.


중앙북스에서 출판한 회고록은 두 권으로 구성됐다. 18대 대선 이후인 2012년 말부터 2022년 3월 대구 달성 사저로 내려오기까지 10년에 걸친 박 전 대통령의 정치 일대기가 담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 왜 더러운 사람 만드느냐…회고록서 뇌물 혐의 분노
박근혜 전 대통령이 5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박근혜 회고록 출간기념 저자와의 대화'에서 유영하 변호사의 발언을 들으며 웃고 있다. (공동취재)

◆ "정치가 원래 그런 것인데"
회고록에 정치에 대해 씁쓸한 기억을 토로하는 장면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19대 총선에서 '꼭 도와달라'는 경기도의 한 후보의 부탁에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할 때 옆에 일부러 세웠고 다행히 그 후보는 당선됐다. 그런데 나중에 그 의원이 나의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얘기를 듣고 기분이 우울했다"고 털어놨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나와 참 다른 분"이라며 "2016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는다는 소식이 충격적이었다. 나로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왜 더러운 사람 만드느냐…회고록서 뇌물 혐의 분노
박근혜 전 대통령이 5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박근혜 회고록 출간기념 저자와의 대화'에서 유영하 변호사의 발언을 들으며 웃고 있다. (공동취재)

◆ "배신의 정치 대통령이 아닌 국민 배신"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이야기는 군데군데 등장한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었던 2004년 총선에서 유 전 의원의 공천을 직접 챙겼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경선 캠프에서 핵심으로 활약했던 유 전 의원이 언제부턴가 나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며 "2012년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관까지 지하통로를 모처럼 함께 걸어간 적이 있는데, 이상하게 대화가 겉돌았다. 나와 유 의원 사이를 어떤 벽이 가로막고 있는 느낌이었다. 꽤 긴 거리를 걸었지만, 헤어지고 나서 씁쓸했던 기분이 지금도 기억난다"고 토로했다. 

 

특히 2015년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 유승민 원내대표가 정부와 의논조차 없이 야당과 협상해 통과시키는 것을 보고 함께 일할 수 없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유 원내대표를 겨냥, '배신의 정치'를 언급했다. 박 전 대통령은 "내가 말한 배신은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배신을 의미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왜 더러운 사람 만드느냐…회고록서 뇌물 혐의 분노
박근혜 전 대통령이 5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박근혜 회고록 출간기념 저자와의 대화'에서 유영하 변호사의 발언을 들으며 웃고 있다. (공동취재)

◆ "왜 더러운 사람 만드느냐"
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수감 생활 중 악화됐던 건강 상태나 극심한 허리 통증에도 마땅한 의자가 없어 큰 국어사전을 쌓아 의자로 사용하며 지냈다고 고백했다.

 

또 수감 시절 면회도 일절 거절했다고 한다. 수의를 입은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동생과 가족의 면회도 거절했다. '유영하 변호사 나와 접촉하려는 사람들을 중간에서 가로막는다'는 편지를 받기도 했는데, 오해라고 밝혔다. 

 

믿었던 최서원이 아직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딱 한번 격앙된 감정을 표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서원의 비행을 인지하지 못하고 막지 못한 것은 내 책임이지만, 나를 뇌물을 받아먹은 사람으로 비치게 하는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며 "'내가 이런 더러운 짓을 하려고 대통령을 한 줄 아십니까'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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