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세계의 되풀이…문학 세계서 그려진 '시대 징후적인 현상'

  • 백승운
  • |
  • 입력 2024-02-09 08:07  |  수정 2024-02-09 08:08  |  발행일 2024-02-09 제16면
문화 전반 호기심으로 본 세계
젠더·질병·재난·비인간·미래 등
독특한 문학적 키워드 재발견

1127313946
비평집 '세계의 되풀이'에서 저자 조대한은 젠더, 질병, 재난, 비인간, 미래 등 문학의 세계에서 다시 한번 그려진 시대 징후적인 현상들을 정교하게 뜯어 본다. <게티이미지뱅크>
세계_표지
조대한 지음/민음사/340쪽/2만2천원

2018년 '현대문학'을 통해 비평 활동을 시작한 문학 평론가 조대한의 비평집이다.

이번 책에 묶인 글들을 쓰는 동안 저자는 문학잡지 '자음과모음'의 편집위원으로 잡지를 기획하고, 비평그룹 '요즘비평포럼'에 함께했다. 그러면서 동시대에 탄생하고 향유하는 문학의 경향과 지형을 파악하며, 가장 성실한 현장 비평가로서 활동했다.

저자가 책을 통해 발견한 담론과 키워드는 동시대의 작가와 독자가 첨예하게 고민하고 끈질기게 다뤘던 현실 세계의 문제점들이다. 특히 저자는 세계를 이해하는 텍스트와 콘텐츠를 향유하는 데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경계가 없다. 그는 문화를 경유한 호기심으로 세계를 본다. 발표되는 소설과 시부터 웹소설·드라마·만화영화·음악까지, 문화 전반에 대한 호기심이 그를 이끈다. 각 장르는 고유한 영토를 지니면서도 서로의 영역을 받아들이거나 반사시키며 세계를 반영한다. 세계를 반영한 텍스트들이 또다시 세계에 기입된다. 저자는 그 무수한 영향력 사이에서 문학의 속도로 그것들을 다시 읽고, 다시 쓴다.

성실한 현장 비평가답게 저자는 발표된 시와 소설을 누구보다 빠르게 일별하고 갈무리하며 그 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거나 독특하게 두드러지는 문학적 키워드를 재발견하고 되돌아본다.

이번 비평집에서는 질병, 재난, 여성, 비인간, 미래 등 문학의 세계에서 다시 한번 그려진 시대 징후적인 현상들을 정교하게 뜯어 본다.

1부의 글들은 젠더와 성차, 동물과 타자, 재난과 미래, 주체와 인칭 등의 주제를 다룬다. 저자는 "세계를 되짚어 보며 탄생하는 작품들 중에 연결고리를 찾다 보면 세계의 불합리한 조건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장류진과 강화길의 소설을 통해 '남성 캐릭터 재현 양상과 서사적 재배치'를 논하고, 유진목의 시집 '작가의 탄생'을 통해서는 '문장 단위의 반복'과 '작품 단위의 반복' '시집 단위의 반복'을 살펴보며 '반복은 우리를 어느 곳으로 이끄는지'를 되짚는다.

2부에서는 김수영, 서정주, 윤동주, 이상 등 현재로부터 시간의 격차가 비교적 큰 작가들의 텍스트들을 주로 다룬다. 현장 비평의 장보다는 아카데미에서 익숙하게 만나게 되는 작가와 작품들이지만, 저자가 고민했던 문학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 과거의 텍스트들이지만 새로운 인식의 지반과 나란히 겹쳐 읽으면 여전한 현재성을 지니고 있다고 저자는 밝힌다.

3부부터 5부까지는 작가론에 가까운 글이거나 단행본 또는 수상 작품집의 해설에 실렸던 글들을 모았다. 작품이 마련한 정서의 공간 안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낸 뒤, 저자가 느낀 만족감을 비평의 언어로 정리한 글들을 볼 수 있다. 저자는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읽은 감상에 취해 호들갑을 떨며 친구들과 종일 그 작품에 대해 떠들던, 치기 어린 즐거움과 원형에 가까운 팬심의 글들이 여기 담겼다"고 밝힌다.

황인찬 시인의 시집 '사랑을 위한 되풀이'를 비롯해 이규리 시인의 시집 '당신은 첫눈입니까', 이기리 시인의 시집 '그 웃음을 나도 좋아해', 유수연 시인의 시집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 문보영 시인의 시집 '배틀그라운드', 임국영 소설집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등에 대한 저자의 평을 만날 수 있다.

1986년 남해에서 태어난 조대한은 서울과기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8년 '현대문학'을 통해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함께 쓴 책으로 '시, 인터-리뷰'가 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백승운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