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퀴팅(더 나은 인생을 위한 그만두기의 기술)…행복·충만한 삶 위한 '그만두기 전략'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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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16 08:17  |  수정 2024-02-16 08:17  |  발행일 2024-02-16 제17면
새·벌 이야기로 본 퀴팅 생존전략
노력·끈기만이 성공의 조건일까
새로운 변화 위한 용기있는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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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지만, 두 손에 가득 들고 있는 것을 내려놔야 다른 것을 내 손에 쥘 수 있다. '퀴팅(Quitting)'은 이 모든 것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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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켈러 지음/박지선 옮김/다산북스/348쪽/1만8천원

영문학 박사학위를 준비하던 저자 줄리아 켈러(Julia Keller)는 오랜 고민 끝에 대학원 생활을 그만두고 탐사보도 전문기자 밑에서 인턴으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작은 마을의 신문사에서 일했고, 이직 끝에 시카고 트리뷴에서 기자로서 최고의 이력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저자는 기자 생활을 그만두었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였다.

그의 첫 소설은 우수한 데뷔작에 시상하는 배리어워드(Barry Award)를 받고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그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퀴팅(Quitting)', 즉 그만두는 것이었다.

이 책은 끈기만을 인생의 정답으로 알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진정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 채택해야 할 전략으로 퀴팅을 제안한다. 기자 출신인 저자는 특유의 취재력을 발휘, 전 세계 150명에 달하는 신경과학자, 진화생물학자, 심리학자 등의 전문가에게서 퀴팅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헤쳤고, 퀴팅으로 새로운 길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략적으로 퀴팅의 유용성을 이야기한다.

1부에서는 퀴팅이 얼마나 중요한 생존전략인지를 새와 벌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알려준다. 꿀벌은 침을 쏘면 내장이 빠져나가 죽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꿀벌은 포식자가 집단을 헤칠 가능성이 크고, 벌집에 알이 많다면 죽음을 각오하고 벌침을 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꿀벌은 벌집을 지키는 것을 그만둔다. 이처럼 동물은 어떤 일이 효과가 없으면 그 일을 하지 않고 멈춘다. 그들에게 불필요한 행동은 없고 적합한 행동만 있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노력의 대가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계속 매달리는 사람에게 환호하고 응원한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그만두고 나면 괜히 마음 졸이며 고민하는 유일한 생명체가 인간이다. 이 책에서는 퀴팅이 단순히 마지막 선택지가 아닌 뇌가 보내는 구조신호에 대한 합당한 반응임을 알려준다. 이처럼 1부에서는 퀴팅이 그동안 우리가 생각해왔던 것과 다르게 생존에 효과적인 행동임을 생물학, 신경과학, 뇌과학, 사회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본다.

2부에서는 새뮤얼 스마일스의 '자조론'을 비롯해 끈기를 설파하는 자기계발 산업의 논리를 파헤친다. 끈기만을 최상의 성공 조건이자 인간을 평가하는 항목으로 제한해 버리면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끈기에 대한 담론이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어떻게 왜곡하는지 분석한다. 하지만 퀴팅은 노력이나 끈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을 감지했기 때문에 새로운 시작을 선택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인생에 또 다른 옵션을 추가하려면 다른 행동을 취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퀴팅의 기술'임을 이 책은 강조한다.

3부에서는 퀴팅이 단순히 지금 내가 하는 일을 내팽개치고 완전히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퀴팅은 망설이는 행위가 될 수 있고, 새로운 목표를 좇기 전에 심사숙고하는 기간일 수 있으며, 잠시 멈춰서서 방향을 전환하는 행동일 수 있다. 3부에서는 퀴팅을 망설이는 이유를 하나하나 되짚어 봄으로써 단순히 '그만둔다'는 결정을 넘어 퀴팅에 이르기까지 나만의 서사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설명한다.

특히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만두기에 대한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만두기는 실패가 아닌 용기 있는 결정이자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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