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500원 식당의 기적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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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0 07:00  |  수정 2024-02-20 06:59  |  발행일 2024-02-20 제23면

2022년 8월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한 사회적협동조합은 "학교 급식이 중단되는 여름과 겨울 방학 기간에 아이들이 굶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뜻으로 점심 한 끼라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도록 500원 식당 운영을 시작했다. 애초 한 푼도 받지 않고 무료 급식을 생각했으나 아이들이 공짜 밥을 얻어먹는다는 생각에서 이용을 꺼릴 것을 우려해 500원을 받기로 했다. 매주 4일간 제공하는 식단은 일반 음식점에서 최소 6천500원 이상 부담해야 먹을 수 있는 가격으로 짰다. 식당 운영 초기에는 지자체에서 1천만원을 지원받았으나 어느 날 보조금이 사라지면서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 다행히 조합은 후원자 수소문 끝에 인근 신협의 도움으로 운영을 이어갔다.

이 같은 사연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후원 물품과 성금이 쏟아졌다. 어느 식육점 사장은 "아이들이 고기를 매우 좋아할 것 같다"며 돈가스용 고기를 무료로 제공했다. 기업체와 개인 후원자의 후원금은 5천만원을 훌쩍 넘겼다. 500원 식당 운영비 3년 치와 맞먹는 금액이다. 이곳을 찾는 아이들은 영양은 넘치면서 값이 싼 점심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됐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500원을 내고 식당을 찾는 아이들의 표정도 한층 밝아졌다는 반가운 소리도 들린다. 아이들이 낸 밥값은 어려운 사회단체에 재기부해 기부 원칙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참으로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다. 유엔이 선진국으로 인정한 지 2년이 넘은 우리나라 아이들이 끼니를 걱정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럽다. 500원 맛집이라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내고 실천한 의인(義人)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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