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화예술회관 현대미술특별전 '우리는 원래 산만하다'展

  • 임훈
  • |
  • 입력 2024-02-21 15:35  |  수정 2024-02-21 15:53  |  발행일 2024-02-22 제16면
대구문화예술회관 올해 첫 번째 기획전시
22일부터 4월20일까지 문예회관 2층 6~10 전시실
'집중'과 '산만함'에 대한 현대적 의미 고찰
2024022101000609900024381
갈유라 '원점 原點(6채널 비디오, 컬러, 60분, 서울시립미술관 제작 지원)'

대구문화예술회관은 22일부터 오는 4월20일까지 현대미술특별전 '우리는 원래 산만하다'展(전)을 문예회관 2층 6~10 전시실에서 선보인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올해 첫 번째 기획전시로 마련한 이번 특별전은 각종 매체에 자주 다루는 '집중'과 '산만함'에 주목하고, 현대미술을 통해 다각적으로 사유하는 자리를 선사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집중'과 '산만함'이 현대사회의 기술과 시스템 속에서 긍정과 부정으로 구분되는 현상을 지적한다. 또한, 이로 인한 강박과 불안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무의미하다고 여긴 일상적 행위를 제시한다.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SNS와 검색 엔진, 온라인 플랫폼 등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미지와 정보는 현대인의 지각 방식을 분산시킨다. 이와 반대로 사회는 성장이라는 목표 아래 개인의 결과와 성과를 요구하며, 집중을 강요하고 있다.

2024022101000609900024382
김민성 'Sort 1'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집중을 강요받고, 자연스럽게 비생산적이고 쓸모없는 행동, 무의미한 생각을 스스로 거부한다. 그동안 경쟁을 부추기고 성과를 요구하는 사회와 관심을 빼앗는 시대에 아무것도 아닌 행위들은 '산만함'으로 획일화되어 사회적으로 올바른 집중과 구분되고 부정적으로 가치 절하되었다.

특별전은 현대인들이 겪는 불안과 피로함을 '산만함'으로 극복하려 한다. 여기서 산만함이란 심리학적·병리학적 용어로 정신 교란 상태나 어수선한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영어단어인 '디스트랙션(Distraction)'과 연관되는데, 집중을 방해하고 주의가 분산되는 상태를 의미하지만, 한편으로 기분 전환 혹은 오락 등 환기적 의미도 지니기 때문이다. 상반되는 두 가지 의미는 긴밀하게 연결된다. 다시 말해 집중력이 느슨해지는 순간에 우리는 '멈춤'이나 '또 다른 이행'을 통해 정신적 환기와 이완을 경험할 수 있다.

2024022101000609900024383
정찬민 '행동부피'


전시 구성은 6·7전시실에서 집중에 대한 사회·문화·기술적 요구에 따른 강박과 괴리를 갈유라, 김동형, 유장우의 영상 설치 작품으로 살펴본다. 8전시실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정보와 이미지의 지각에 대한 경계를 김민성과 이윤서의 작품으로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9·10전시실은 김상덕, 정찬민, 허수빈의 사소하고 일상적인 행위와 장면들을 통해 산만함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안한다.

김희철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은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여덟 작가의 작품을 통해 집중과 산만함 속 숨겨진 다양한 의미와 관계를 발견하길 바라며, 생산성과 효율성에서 잠시 벗어나 사소한 일상적 행위로 자기회복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임훈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