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자리 비운 전공의…의료 공백 어쩌나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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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1 17:43  |  수정 2024-03-13 15:45  |  발행일 2024-02-22 제6면
대구 상급종합병원 수술·축소 방침
병원노조, 성명 통해 정부 방침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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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한지 이틀째인 21일 대구 남구 한 대학병원에서 한 환자가 전공의 집단사직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21일 오전 11시쯤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병원 본원 본관 2층 정형외과 외래진료센터. 진료를 위해 대기하던 70대 남성과 의료진 사이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이 남성은 의료진에게 "왜 당장 진료를 받지 못하나. 예약 시간보다 한참 지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 의료진은 "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 조금만 이해해 달라. 최대한 빨리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자칫 몸싸움으로 번질 수 있었지만, 이를 지켜보면 의료진들이 서둘러 만류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진료 거부가 이틀째 이어지면서 대구지역에서도 의료대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환자들은 의료 공백 장기화를 우려하고, 병원 측은 수술·진료를 축소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대학병원 등 대구 7개 수련병원 전공의 819명 중 736명(89.8%)이 사직서를 냈다. 이는 전날(732명)보다 4명 늘어난 수치다. 전날 175명으로 파악됐던 계명대 동산병원은 이날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173명으로 확인돼 정정됐다. 2명은 업무 복귀가 아닌 단순 계산 착오인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별로 살펴보면 △경북대병원 본원 193명 중 179명(92.7%) △계명대 동산병원 182명 중 173명(95%) △영남대병원 161명 중 130명(80.7%) △대구가톨릭대병원 122명 중 112명(91.8%) △칠곡경북대병원 87명 중 81명(93.1%) △대구파티마병원 69명 중 57명(82.6%) △대구의료원 5명 중 4명(80%)이다.

경북대병원 본원은 매주 수·목요일 외과 진료, 주말과 공휴일엔 외상성 뇌출혈을 제외한 뇌출혈 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영상의학 중재술도 평일 정규 근무시간에만 가능하다.

영남대병원 응급실은 이날부터 중환자만 진료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또 의료진 부족을 고려해 소아청소년과와 피부과, 얼굴 골절을 포함한 단순 성형외과 질환, 신경과 경련 관련 환자는 받지 않기로 했다.

계명대 성서동산병원은 수술방을 기존 대비 60%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진료과별로 수술 일정 조정에 대한 안내가 이뤄졌다. 일정이 조정되는 수술은 경증에 한정하고, 이를 의료진이 직접 판단하고 있다. 대신 암 등 중증환자 수술은 기존 일정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계속되자 간호사와 일반직이 속한 대학병원 노동조합은 비판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지부 경북대병원 분회는 21일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를 중단한 것은 명백한 진료 거부 집단행동"이라며 "집단 행동 명분은 보이지 않고, 병원은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며 "이를 반대하는 이율배반적인 입장과 행동은 병원 노동자들도, 국민도 공감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분회는 또 현 정부를 향해 "의대 정원 증원 방식에 문제가 많다"며 "공공 의료와 의사 부족 문제를 해소할 공론의 장을 열고, 시민 참여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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