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오마카세 (1) 전문 셰프가 준비한 나만을 위한 테이블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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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01 08:03  |  수정 2024-03-01 08:07  |  발행일 2024-03-01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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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카세 〈게티이미지뱅크〉

그런 날이 있다. 고단한 하루, 퇴근 후 혼자 맛있는 음식에 맥주 한 잔을 걸치고 싶은 날. 고생한 나에게 주는 보상이랄까. 맥주 값까지 합하면 한 끼에 몇만 원을 호가하지만 이상하게 아깝지 않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되니까.

가끔 근사한 식당에 가거나 이색 음식을 먹을 땐 단순히 음식만 즐기지 않는다. 이 특별한 경험을 기록하고 남들과 공유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감성적인 인테리어나 예쁜 공간이 있으면 그것도 함께 찍는다. 식사가 끝나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찍은 사진을 올리며 지인들과 소통한다.

이제 소비자들은 식당을 고를 때 음식의 맛과 가격만 고려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대접받는 느낌이 드는 레스토랑에 방문하는 등 서비스의 질까지 중시하는 이들도 나온다. 젊은 세대에서는 SNS에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인테리어가 예쁜 식당을 찾는 이들도 많다.

최근 몇 년간 대중을 깜짝 놀라게 한 F&B 트렌드가 있다. 바로 '오마카세'다. 오마카세는 '맡긴다'는 뜻의 일본어로, 정해진 메뉴가 따로 없이 그날의 음식을 주방장이 알아서 만들어 내놓는 일본식 코스 요리다. 요즘은 코스 요리 식당이란 의미로도 쓰인다. 고급 요리에 속하다 보니 한 끼에 몇십만 원을 호가하는 곳들이 많은데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대부분의 오마카세는 소수의 손님만 받아 예약이 필순데, 찾는 이들이 상당히 많아 '스강신청'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오마카세 중에는 스시를 메인으로 한 곳이 많은데, '스강신청'은 스시와 수강신청을 붙인 단어로 대학 수강신청만큼 오마카세 예약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의미다.

더 놀라운 건 오마카세 열풍이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 사이에서 거세다는 점이다. 수입이 비교적 적은 세대에서 비싼 식당이 인기를 끄는 현상이 아이러니하다. 이들은 회식 장소로도 선호했다. 캐치가 지난해 12월 Z세대 2천6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선호하는 회식유형은 '딱 1시간만 진행하는 간단한 회식'이 33%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오마카세·와인바 등 맛집 회식'(30%)이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오마카세 열풍은 금방 끝날 것 같았다. 지난해 9월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3.4포인트 하락한 99.7을 기록했다. 주 메뉴로 스시가 많은 특성상 같은 해 8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수산물 소비에 영향을 미쳐 오마카세는 금방 사라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를 대신하는 듯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오마카세가 곳곳에서 등장하면서 오마카세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식사보다 부담이 적은 카페·디저트 전문점·찻집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구 곳곳에도 다양한 이색 오마카세가 등장하고 있다. 디저트 오마카세에 방문하기 위해 포털에 '대구 디저트 오마카세'란 키워드를 검색하니 여덟 곳이 떴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오마카세가 꾸준히 사랑 받는 이유는 뭘까. 특히 지갑이 얇은 젊은 세대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가 궁금해 기자가 직접 식사 오마카세에 가봤다. 또 최근 등장하는 이색 오마카세들도 함께 살펴봤다. 이를 바탕으로 고물가 시대에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채울 수 있는 대구 오마카세 몇 곳도 소개한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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