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오마카세(2) 셰프가 직접 손님 응대·음식 설명 '대접받는 느낌'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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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01 08:14  |  수정 2024-03-01 08:18  |  발행일 2024-03-01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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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수현기자

양질의 서비스 '高價 오마카세'

오마카세는 정해진 메뉴가 따로 없이 그날의 음식을 주방장이 알아서 만들어 내놓는 일본식 코스 요리(가게)다. 브랜드나 간판보다는 셰프의 명성을 내걸어 운영한다. 오마카세를 제공하는 식당에서 손님이 셰프에게 메뉴 선택을 온전히 맡기면 셰프는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한 음식을 내놓는다.

오마카세라는 단어는 본래 일본의 초밥 매장 등에서 '요리사의 추천 메뉴'라는 뜻으로 사용됐는데, 현재는 오마카세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면서 양식·한우 등 다양한 외식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오마카세는 전문성을 가진 셰프가 운영하며 메뉴 구성, 음식 설명, 손님과의 대화 등 식사 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다. 대구지역 식사 오마카세의 경우 1인 점심 기준 4만원이 넘는 곳이 대다수며 저녁에 이용할 경우 약 1.5배 더 비싸다. 점심·저녁 모두 10만원이 넘는 곳도 많다. 대구 중구에서 오마카세를 운영하는 A씨는 "오마카세 가격은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식재료뿐 아니라 질 높은 손님 응대 서비스가 포함되기에 일반 음식점보다 높게 책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예약도 필수다. 그날그날 공수해온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메뉴를 제공하고 손님 한명 한명을 정성스레 응대하기 위해 대부분 예약제로 운영해 소수의 정해진 손님만 받는다.


'맡긴다'는 뜻 일본어서 유래
주로 '스시가게' 예약 치열해
'스강신청' 신조어 생기기도

팬데믹·SNS로 대중화 바람
'커마카세' '티마카세'도 등장



이처럼 고급 레스토랑에 속하는 오마카세는 아는 사람만 아는 음식점 또는 중·장년층의 비즈니스용 식당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SNS와 코로나19의 영향, 비교적 작은 제품에서 사치를 부리는 스몰 럭셔리 유행 등으로 적은 손님만을 받는 고급 식당이 인기를 끌면서 대중화되고 있다. 2022년 네이버 데이터랩의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2020년 8월부터 2022년 9월까지 2년간 '오마카세' 검색량은 2배가량 증가했다.

"인증샷 찍기 좋아"…MZ 인기

오마카세 열풍은 특히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에서 두드러진다. 지난달 25일 오후 8시 대구 범어동에 위치한 돼지고기 오마카세 '현방'. 10명의 손님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는데 대다수가 20·30대였다. 음식이 나올 때마다 사진을 찍는 손님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날 기준 젊은 세대에서 이용이 활발한 SNS '인스타그램'에도 해시태그 '오마카세'를 검색하니 약 71만5천개의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지갑이 얇은 MZ세대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오마카세를 찾는 이유는 뭘까. 이들은 특별한 경험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소비자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2.7%가 오마카세 등 고급 레스토랑에 방문하는 것이 경험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고 답했으며 20대(84.4%), 30대(76.0%)에서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사회초년생 김모(여·25)씨는 "SNS를 통해 오마카세를 알게 됐는데, 처음엔 가격 때문에 망설였지만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해 방문했다"며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 나에게 주는 특별한 이벤트 같았다. 자주 가기는 힘들겠지만 기념일이나 기분을 내고 싶은 날 다시 가볼 만하다"고 말했다.

MZ세대가 중시하는 'SNS 인증'과 '현재형 소비' 문화와 맞아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태경 영남대 교수(경영학과)는 "오마카세는 고급 음식으로 일상적인 소비와는 거리가 있다. SNS 이용률이 높은 젊은 세대에게 오마카세의 높은 가격과 특별함은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고자 하는 과시욕을 자극할 것"이라고 했다. 또 "MZ세대는 미래보다는 현재에 초점을 맞춰 소비하는 경향을 보인다. 가격보다는 현재의 만족, 유행을 중요시 여기는 특성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성비 좋은 전문점 등장

대중화에 힘입어 오마카세는 스시·한우·양식 등의 식당뿐만 아니라 카페·디저트 전문점으로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커피'와 '오마카세'를 합친 '커마카세'라는 신조어도 등장해 온라인상에서 언급된다.

커피·디저트 등의 오마카세는 비싸면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식사 오마카세보다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어 더욱 주목받는 모양새다. 1인 기준 2만~4만원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지만 코스별로 맞춤 음료와 디저트를 제공 받는 등 식사 오마카세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공간을 사용할 목적이나 친목의 장소로 이용되는 일반적인 카페와 달리 각 코스에 대한 바리스타의 설명을 들으며 음식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직장인 박모(28)씨는 "스시·한우 오마카세는 비용의 부담이 크고 이젠 너무 대중화돼 전보다 특색이 떨어진다고 느꼈다"며 "커피 오마카세는 그보다 저렴한 가격에 코스별로 여러 커피를 즐길 수 있어 이색적"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차(tea)'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티 오마카세'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부산 전통찻집 비비비당 원소윤 대표는 "차에 관한 시장 조사를 하면 최근 차가 인기를 끌면서 티 오마카세도 유행처럼 생겨나고 있다는 걸 느낀다"면서 "티 오마카세는 아니지만 비비비당에도 시그니처 메뉴로 구성된 코스 메뉴가 있는데 젊은 연인들이 자주 찾는다"고 했다. 티 오마카세는 1인당 평균 3만~5만원대의 가격으로 다양한 차와 전통 다과를 맛볼 수 있다. 실제 서울 강남, 신사동, 성수동 일대 티 오마카세는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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