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김용익 작가 '후천개벽: 아나와 칼(Ana & Carl)' 展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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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8 15:42  |  수정 2024-02-28 17:19  |  발행일 2024-03-04 제16면
모더니즘의 절대성·완전성 등에 저항해온 작가
성장과 발전 보다 돌봄과 호혜 중시하는 메시지 담아
'시각에 호소하지 않는 전시'로 눈길
작가와 큐레이터는 텍스트 드로잉으로만 소통해 전시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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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익 작가와 큐레이터가 주고 받은 e-메일 프린팅(위쪽 벽면)과 김용익 작 '후천개벽: 아나와 칼(Ana & Carl)'.<봉산문화회관 제공>

 봉산문화회관은 오는 4월21일까지 개관 20주년 기념 기획전으로 '2024 기억공작소Ⅰ 김용익展(전) 후천개벽: 아나와 칼(Ana & Carl)'을 선보인다.

 김 작가는 그간 현대미술의 어떠한 사조나 운동에 속하지 않은 독자적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는 1974년 홍익대 서양화과 재학시절 발표한 '평면 오브제' 연작으로 국내외 유수 전시에 소개돼 미술계의 관심을 받았으나, 모더니즘 미술의 한계와 폐쇄성에 실망하고 모더니즘의 절대성, 완전성, 유일무이성 등에 저항하고 균열을 내는 미술 작업을 시도해 왔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설치작품 '후천개벽: 아나와 칼 (Ana & Carl)'은 세계적 미니멀리즘 조각가 칼 안드레(Carl Andre, 1935~2024)와 그의 세 번째 부인이면서 페미니즘 미술가인 아나 멘디에타(Ana Mendieta, 1948~1985)의 이야기를 담아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을 통해 김 작가는 남성적인 것이 여성적인 것을 억압하는 억음존양(抑陰尊陽)의 시대에서 양적인 것을 조정하고 음적인 것을 이끌어내는 조양율음(調陽律陰) 시대로의 변화가 필요하며, 성장과 발전보다 돌봄과 호혜를 중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시실 중앙 바닥에 위치한 벽돌 설치 작품은 총 270개의 벽돌을 2단으로 편평하게 쌓고 그 위에 피(血)를 아주 조금 떨어뜨려 어떤 의문의 사건이 있었음을 암시하게 한다. 

이 피의 모양은 벽돌 설치물의 한쪽 끝에서 시작해 가운데로 점점 진입하는 모양으로 볼 수도 있는데, 이것은 피로 상징되는 아나 멘디에타가 점점 중심인 칼 안드레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모양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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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설치 계획도.<봉산문화회관 제공>
 전시실의 한쪽 벽면에는 작업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는 작가노트를 관람객이 읽을 수 있게 설치했다. 

맞은편 벽면에는 작가와 큐레이터가 함께 주고받은 e-메일 출력물들과 작품의 구상을 위해 작가가 그린 드로잉들, 인터뷰 영상을 설치해 전시의 이해를 돕는다.

 봉산문화회관 안혜정 큐레이터는 "특히 이번 전시는 '시각에 호소하지 않는' 전시로 관람객은 다소 허전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작가에 의해 작품이 완성되는 보통의 전시와 달리 이번 전시 작품은 텍스트와 드로잉으로 계획된 작품의 개념을 전달받은 큐레이터의 실현으로 완성됐기 때문이다. 

작가와 큐레이터가 함께 한 개념적 시도의 과정과 결과를 전시를 통해 보여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월요일 휴관.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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