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나쁜 감정에 흔들릴 때 읽는 책, 불안·분노·미움…나쁜 감정은 절대 악일까

  • 백승운
  • |
  • 입력 2024-03-01 08:32  |  수정 2024-03-01 08:41  |  발행일 2024-03-01 제16면
부정적 감정도 '감정시스템' 일부
다양한 상담사례·치유과정 소개
내면의 감정과 화해하는 법 안내

이미지2
'나쁜 감정에 흔들릴 때 읽는 책'의 저자는 불안, 죄책감, 분노, 미움, 무력감, 슬픔 등 우리를 힘들게 하는 '나쁜 감정'이 필요없는 것이 아니라 소인격체처럼 상호작용하며 밀접한 공생관계를 가진다고 강조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나쁜감정_표지
권수영 지음/갈매나무 /308쪽/1만8천500원

육체적 건강만큼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심리적 고통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는 것을 이전처럼 터부시하지도 않는다. 유명 심리상담 전문가가 출연하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국가 차원에서 '온 국민 마음건강 종합 대책'을 논의하기도 한다.

책의 저자는 20년 넘게 수천 명의 내담자를 만나온 상담학의 권위자다. 그는 마음의 위기를 정신의학 치료의 영역에 가두지 말고 자신의 상처를 부끄럼 없이 마주하는 일이 가능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강력범죄를 '분노 범죄'나 '혐오 범죄'로 몰아가는 분위기를 우려한다. 불안이나 분노 등 소위 부정적 감정을 병리적이라고 규정하고 제거해야 할 공공의 적으로 여기는 시선이 갈수록 만연한 탓이다. 과연 불안과 분노, 미움 같은 이른바 '나쁜 감정'이 진짜 범죄의 원인이고 해만 끼치는 절대 악일까? 없어도 되는 감정이 있을까?

저자는 절대 악만 제거하면 된다는 맹목적 시선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가능하지도 않다고 주장한다. 또 개별 감정들은 더 크고 복잡한 '감정 시스템'의 일부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나쁜 감정에 흔들릴수록 감정을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저자는 책에서 우리 내면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프레임으로 '내면가족시스템(Internal Family System, IFS)'을 제안한다. 미국의 가족치료학 교수인 리처드 슈워츠가 제시한 이 관점은 우리 마음속 감정들이 실제 가족 시스템처럼 작동한다고 말한다. 어머니, 아버지, 자녀 등 한 가족을 이루는 각각의 구성원처럼 감정 시스템 속에서도 각각의 감정은 소인격체처럼 상호작용하며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 가운데 필요 없는 감정이란 없다고 저자는 밝힌다.

책에서 저자는 이른바 나쁜 감정으로 일컬어지는 대표적인 감정 6가지를 분석한다. 불안, 죄책감, 분노, 미움, 무력감, 슬픔 등 우리를 힘들게 하는 감정에 대한 다양한 상담 사례를 함께 살펴보며, 그 치유 과정을 들여다본다.

가족 내에서도 한 구성원의 주장이 너무 커지면, 주장을 굽히게 되는 구성원이 생기듯 감정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감정 시스템을 이루는 수많은 감정 소인격체들을 크게 '강경파 감정'과 '온건파 감정'으로 구분한다. 강경파 감정이란 외부로 강하게 자주 표출되는 감정을 말한다. 불안과 분노가 강경파 감정의 대표주자다. 반대로 온건파 감정은 내면 깊숙이 숨어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감정이다. 수치심이나 모멸감 등 나의 존재 자체와 깊게 연관된 아픈 감정이 온건파 감정에 속한다. 주목할 점은 이 두 가지 감정이 반대되거나 대립하는 게 아닌 공생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 두 가지 감정은 태생부터 한편인 셈이다.

책은 이러한 내면 탐색의 과정과 방법을 세세하게 알려 주는 안내서다. 1부 '나쁜 감정은 나쁘지 않다'에서는 슈워츠의 내면가족시스템 이론을 바탕으로 우리의 감정이 마음속에서 구성하고 있는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알아본다. 2부 '나를 힘들게 하는 감정에게 말 걸기'에서는 사람들이 호소하는 대표적 '나쁜 감정' 6가지, 불안·죄책감·분노·미움·무력감·슬픔이 실제 내면에서 어떤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3부 '나쁜 감정과 화해하는 5단계 심리 코칭 연습'에서는 이런 감정의 기원을 찾아 나의 진짜 상처를 보듬는 셀프 감정 코칭 전략을 제시한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백승운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