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분양 갈등에 입주 저지까지…한맺힌 '안심호반써밋 이스텔라' 기존 입주민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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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3 18:38  |  수정 2024-03-14 09:14  |  발행일 2024-03-14 제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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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안심호반써밋 이스텔라'의 기존 입주민들은 13일 건설사의 파격적 할인분양에 반발하며 출입구를 막으며 입주 저지 집회를 벌였다. 일부 입주민들은 바닥에 매트를 깔고 누워 항의하기도 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13일 오전 대구시 동구 '안심호반써밋 이스텔라'(총 315세대) 아파트 단지 앞, 승용차 한 대가 출입구를 가로막고 있었다. 이 아파트로 이사 오는 할인분양 세대의 입주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다.

건설사인 호반산업의 할인분양으로 입주 갈등을 빚는 이 아파트에선 이날 기존 입주민들의 두 번째 입주저지 집회가 벌어졌다. 지난 9일에도 기존 입주민들은 할인분양 2세대의 입주를 3시간가량 저지하며 강하게 대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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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동구의 '안심호반써밋 이스텔라' 기존 입주자들이 건설사인 호반건설의 파격적인 할인분양에 반발해 서울 호반건설 본사에 항의 트럭을 보내 반발 메시지를 전했다. 안심호반써밋이스텔라 할인분양대응 주민공동체 제공
지난해 초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는 입주 1년이 되도록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자, 호반산업이 올초 최대 9천300만원을 깎아주는 '파격 할인분양'을 실시했다. 기존 입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입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이 한순간에 '악몽'으로 전락한 셈이다.

이날 항의 집회엔 기존 입주민 2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할인분양 결사반대 입주금지'라는 현수막을 목에 매거나 손에 들고 호반산업 측에 분노를 표시했다. 아예 매트를 깔고 누워 항의하는 입주민도 있었다. 유모차를 끌거나 만삭인 몸을 이끌고 집회에 참가한 이들도 있었다. 만삭인 입주민은 "첫 아파트로 매입했는데 이럴 줄은 몰랐다. 이자도 상당한데 건설사가 갑자기 1억원을 할인하니 경제적·정신적 피해가 너무 크다"며 "한목소리라도 더 내려고 만삭의 몸을 이끌고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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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안심호반써밋 이스텔라'의 기존 입주민들은 13일 건설사의 파격적 할인분양에 반발하며 출입구를 막으며 입주 저지 집회를 벌였다. 일부 입주민들은 바닥에 매트를 깔고 누워 항의하기도 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다른 입주민 이모씨도 "대기업 건설사인데 분양 당시 '이제 1채 남았다'며 분양률을 속여 소비자를 기만하더니 너무 큰 할인폭으로 혜택을 주니 참 황당하다"며 "밤에 잠도 못 잔다"고 했다. '대출 이자만 월 150만원씩 낸다'고 소리를 지르며 답답한 마음을 표출한 입주민도 있었다.

기존 입주민들은 "이사오는 입주민에게 악감정은 없다. 하지만 입주 저지를 통해 건설사와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심산으로 단체 행동을 하고 있다.

호반산업은 요지부동이다. 결국 입주를 막은 지 1시간30분 정도 지난 오전 11시20분쯤, 경찰이 출입구를 막아선 차량 주인 정재호 대구안심호반써밋 이스텔라 할인분양대응주민공동체 대표를 에워싼 뒤 업무방해로 연행했다. 이후에도 나머지 기존 입주민들이 항의를 이어갔지만 경찰의 설득 등으로 2시간여 동안 이어진 대치 상황은 일단락됐다.

기존 입주민들은 앞으로도 입주 저지를 이어갈 태세다. 타 지역의 호반산업 사업장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점차 반발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한편 이날 이사를 오는 입주민은 "인근에 집을 매입하기 위해 부동산중개업소에 들렀다가 이 아파트가 할인분양하는 사실을 알게 됐고 올 1월 초에 계약했다. 아파트 상가에 할인분양 사무실이 있어서 이렇게 입주 갈등이 심한 단지일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그랬다면 매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이어 "기존 입주민들은 호반산업에 상황을 전달하라고 하는데 저희가 이야기를 해도 말이 잘 안 먹힌다"고 호소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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