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분쟁·할인 분양…대구 부동산시장은 '갈등의 시대'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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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9 17:52  |  수정 2024-02-29 19:37  |  발행일 2024-03-01 제1면
공사비 분쟁과 '할인'에 따른 기존 계약자-사업주체간 갈등
최대 9천여만원 할인 '안심호반써밋 이스텔라'는 9일 입주 충돌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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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동구의 '안심호반써밋 이스텔라' 기존 입주자들이 건설사인 호반건설의 파격적인 할인분양에 반발해 서울 호반건설 본사에 항의 트럭을 보내 반발 메시지를 전했다. 안심호반써밋이스텔라 할인분양대응 주민공동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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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건설사가 일부 미분양 세대에 대해 파격적 할인분양을 하자 기존 입주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대구시 동구 율암동의 '안심호반써밋 이스텔라' 단지 모습.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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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호반써밋 이스텔라' 단지 앞에는 '할인분양 세대 입주불가' '무책임한 할인분양 각성하라' 등의 현수막이 붙어 있고 입주자들이 거주하는 개별 베란다에도 가가호호 '할인분양 결사반대 입주금지'라는 항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대구 부동산 시장이 '갈등의 시대'를 겪고 있다.

대구 곳곳의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안전 강화 등의 영향으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을 빚는 곳이 늘고 있다.

 

 

 

미분양 사업장에서는 분양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사실상 할인과 다름없는 페이백·계약축하금·금융 지원 등의 혜택을 쏟아내는 가운데,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한 기존 계약자와 사업 주체 간의 마찰이 계속 쌓여가고 있다. 

 

입주 현장에서는 혜택을 받지 못한 기존 분양자와 할인 분양자 간의 입주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미분양을 안고 있는 단지들이 입주를 하게 되면 이같은 갈등은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대구시 동구 '안심호반써밋 이스텔라'(총 315세대). 작년 1월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는 일부 미분양 세대에 대해 올해 초 건설사가 최대 9천300만원을 할인 분양하자 기존 입주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할인세대가 입주할 예정인 오는 9일에는 입주 저지 등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기존 입주민과 할인세대 입주민 간의 물리적 충돌이 예고돼 있는 것.

안심호반써밋 할인분양대응 주민공동체에 따르면, 작년 1월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의 미분양 세대(회사 보유분과 계약 해지분)는 약 45세대다. 

 

올해 초 건설사인 호반건설은 '잔금 85% 5년 유예' 혹은 '이를 연 4.5%로 계산해 선납 할인 혜택' 중 한가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을 제시하며 미분양 해소에 들어갔다. 

 

잔금을 5년 유예하지 않을 경우, 7천만원에서 최대 9천300만원을 일시에 할인받을 수 있다. 

이에 입주민들의 반발로 할인 분양은 현재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할인 분양으로 판매된 세대는 대략 20세대인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이들은 지난 2월22일 서울 호반산업 본사 앞에서 항의메세지를 내건 트럭 시위를 하기도 했다. 

 

아울러 할인분양 세대에 대해 관리비 등에 15~20% 가산율을 적용해 부과하는 관리 규약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분양가 할인 폭이 15~20% 수준으로 관리비를 그 수치만큼 가산하는 것은 차후에 민사소송에서도 문제되지 않을 것 같다는 계산이다.

이 아파트 정재호 주민공동체 대표는 "지난 2월19일 할인분양받은 한 세대가 기습 입주를 했는데 9일 할인분양 세대의 입주 때는 기존 입주민과의 충돌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호반산업이 사전협의나 보상없이 과도한 할인분양을 진행해 기존 계약자에게 재산상 불이익을 입히고 있다. 향후 장기간 시세 하락에 영향을 줄 것으로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향후 지역의 호반산업 사업장에서 피켓 시위를 하거나 서울 본사로 상경 투쟁 등 반발 수위를 높여나갈 작정이다.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사업주체 측의 보다 강도 높은 혜택을 내놓으면서 기존 계약자와 갈등을 빚는 단지도 있다.

대구 중구 대봉동 '대봉 서한이다음'(541세대)은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페이백 금액을 기존 2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확대해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일부 계약자는 "할인분양 당시 기존 분양자에게도 이를 소급적용하는 '안심보장제'로 계약했다"면서 "페이백이 사실상 할인인데 사업주체 측에서 할인이 아니라고 발뺌하며 안심보장제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미분양이 심각한 대구에서는 사업주체인 시행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페이백 등의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기존 분양자는 할인혜택이 더해지면서 보다 좋은 층수나 타입을 선택하긴 했지만 보다 비싼 가격에 분양을 받게 되면서 속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각자의 입장에서 평행선을 달리는 것으로 향후 할인분양으로 인한 갈등이 더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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