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동네 골목을 걷다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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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6 08:01  |  수정 2024-03-26 08:03  |  발행일 2024-03-26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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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영<소설가>

지난 주말, 부산 보수동의 헌책방 골목을 걸었다. 옆에 있던 한 청년이 가방에서 책 두어 권을 꺼내더니 책방 주인장에게 건넸다. 주인장이 가격을 부르자 흡족한 듯 현금을 주머니에 넣고 돌아섰다. 주인장의 얼굴도, 청년의 얼굴도 모두 밝다.

보수동 헌책방 골목은 6·25전쟁으로 부산이 임시수도가 되었을 때 시작되었다. 이북에서 피란 온 한 부부가 골목 안 목조건물 처마 밑에 박스를 깔고 미군 부대에서 나온 잡지와 만화, 고물상으로부터 수집한 각종 헌책으로 노점을 시작한 것이 보수동 책방골목의 시초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독특한 로컬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다양한 책방이 모인 곳으로 책을 사고팔 뿐만 아니라 책을 통해 문화와 지식을 공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사람들은 함께 모여 토론 모임이나 다양한 이벤트를 연다. 이를 통해 보수동 책방골목은 지역 사회의 소통과 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골목을 거닐며 로컬 문화의 매력과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역 문화를 가장 쉽게 목격할 수 있는 곳이 그 지역의 골목이다. 골목길을 따라 걷는 것은 단순히 관광이 아니라 그 지역의 삶과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것과 같다. 보수동 헌책방 골목처럼 로컬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가 많다. 전주 한옥마을과 제주도 오일장 거리도 그중 하나다.

전주 한옥마을은 전통 가옥을 보존하고 있는 골목길이다. 전주의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공간으로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전통 음식점, 공예품 가게, 전통 예술 공방 등이 자리하고 있고, 매년 다양한 문화 행사와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오일장 거리는 제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전통 시장으로 지역 특산물과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농수산물뿐만 아니라 특별한 제주 간식과 수공예품을 구경할 수 있다. 현지인들의 생활 속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장소이다.

다양한 지역의 골목길은 그들만의 특색 있는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로컬 문화는 지역의 전통을 보존하고 공유함으로써 사회의 결속력을 높인다. 2023년 10월 문체부는 지역의 문화 가치를 알리기 위해 문화명소, 콘텐츠 등 지역에 숨어 있는 100가지 매력을 선정한 '로컬 100'을 발표했다. 마땅히 갈 곳이 없는 날, '로컬 100'에 선정된 골목을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떤가? 로컬 문화는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뿐 아니라 지역 경제와 관광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로컬 문화에 대한 관심은 지역 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임은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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