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포스텍, 의대 설립에 적극 나서라

  •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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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8 07:04  |  수정 2024-03-28 07:05  |  발행일 2024-03-28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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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혁기자〈경북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

연이어 내리는 비와 쌀쌀한 날씨 탓도 크지만 지금 포항의 상황을 봄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면이 있다.

그중 포스텍 의대 설립 문제는 점점 미궁으로 빠지면서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가 기존 의대에 집중되면서 신규 의대 설립이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처지의 전남이 눈에 들어온다. 전남은 신설 의대를 위해 경북과는 다르게 각계 불문하고 힘을 모아 적극 행동에 나선다는 것이다. 호남지역 국회 의원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를 앞두고 국회와 대통령실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했고, 의대 신설을 희망하는 목포대·순천대 총장과 전남도의원들은 상경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전남권 의대 설립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으며, 연이어 한덕수 총리도 전남을 콕 찍어 신속한 검토와 추진 의지를 내비쳤다.

그렇다면 경북은 어떠한가. 포항시만 아득바득 의대 유치를 위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행동을 보여주는 정치인도 없고, 당사자인 포스텍의 반응도 뜨뜻미지근하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날 선 비판을 던졌다. "상아탑 안에 들어앉아 있는 총장은 필요 없다. 의대 유치를 위한 김성근 총장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이 시장의 발언은 그의 답답한 마음을 대변해 준다.

이 시장은 포스코의 역할론도 강조했다. 지역민들을 위해 포스코가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의 기반을 든든하게 구축하고 포스텍 의대 설립에 적극적인 투자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번 맞는 말이다.

특히 포스텍의 소극적인 태도는 반드시 변해야 한다. 의대 설립과 관련해 포스텍은 "설립 필요성은 공감하나 신중한 입장이다" "기존 의사들의 입장도 충분히 존중한다"와 같은 소위 '논란'을 피해 가는 발언만 반복하며 커튼 뒤에 숨어 있다.

포스텍의 알 수 없는 행동에 지역민들은 의문투성이다. 의문은 또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바로 포스텍이 포스코 눈치 보기에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포스텍 이사장인 최정우 전 포스코 회장이 임기를 유지하는 2026년 말까지 이런 태도가 변함없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모두에게 상처만 줄 뿐인 오해를 없애려면 결단과 함께 행동에 나서야 한다. 의대 유치를 위한 포스텍과 포스코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기대해 본다.
전준혁기자〈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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