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더 레고 스토리, 파산할 뻔한 레고 부활시킨 네 가지 전략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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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9 08:06  |  수정 2024-03-29 08:08  |  발행일 2024-03-29 제16면
블록특허 만료돼 위기 도래
'존재의의 명확히하기' 경영
세계 최고 장난감 입지 지켜
레고_표지
에비타니 사토시 지음/류지현 옮김/유엑스리뷰/272쪽/2만3천원
레고는 장난감 브랜드의 혁신으로 꼽힌다. 1932년 목재완구 사업으로 시작한 레고는 1960년대부터 세계 시장의 판로를 개척하며 90여 년 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플라스틱 블록의 브랜드 파워는 지금도 꺾일 줄 모른다. 게임,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등 화려하고 자극적인 놀 거리가 넘쳐나는데도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수많은 마니아층의 변치 않는 애착도 레고만의 강점이다.

'바비인형'을 만든 마텔(Mattel), '모노폴리'와 '젠가'를 만든 해즈브로(Hasbro) 등 경쟁사들이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던 2020년에도 레고는 사상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세계 최고 장난감 기업' 타이틀을 지켜냈다. 2020년, 2021년, 2023년에는 글로벌 기업 평판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레고는 이제 장난감과 테마파크를 넘어 '비즈니스 툴'로서의 가치를 증명하며 영역을 확장 중이다. 과연 레고의 꺾이지 않는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 낸 원동력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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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고 스토리'는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레고의 성공 신화와 혁신 비결이 무엇인지 상세하게 분석한 책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이 책은 레고의 성공 신화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동시에 혁신의 비결이 무엇인지 상세하게 분석한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덴마크 소도시에 자리 잡은 레고 본사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 있는 일선 현장까지 곳곳을 누비며 취재한 내용을 면밀하게 기록했다.

또한, 레고의 CEO와 경영혁신에 기여한 MIT 교수진 등 핵심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레고의 성공 비결을 소개한다. 지금껏 잘 알려지지 않았던 기업 내부의 상황까지 담아내기 위해 레고에 근무했던 직원들의 이야기까지 빠짐없이 수록했다. 브랜딩부터 비즈니스 모델, 콘텐츠 전략, 조직 문화, 제조 현장까지 레고의 구석구석을 면밀하게 살펴 레고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이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레고 공장 견학기 또한 보는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레고라고 해서 늘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1980년대, 레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블록의 특허가 만료된다. 밑면의 홈에 윗면의 돌기가 딱 맞게 끼워지는 '클러치 구조' 덕에 견고하고 정교한 조립이 가능해 큰 인기를 끌었던 블록을 이제 누구나 싼값으로 만들어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등 비디오 게임의 등장으로 레고의 존재감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더 이상 블록의 품질만으로 경쟁에서 이길 수 없게 되면서 레고는 유능한 외부 경영자를 초빙하고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상황은 더욱 나쁘게 흘러갔다. 2000년대 초반, 레고는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며 파산까지 걱정해야 할 지경에 다다른다. 레고의 혁신을 칭송하던 모든 이들이 몰락을 점치며 등을 돌렸다.

이러한 가운데 레고를 부활시켜 다시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한 것은 네 가지 전략이었다. 잘하는 일에 집중하기, 계속해서 히트작 내놓기, 탄탄한 커뮤니티 활용하기, 명확한 존재 의의 세우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 책은 레고가 생존을 위협받던 위기 상황에서 네 가지 전략이 어떻게 힘을 발휘했는지에 집중한다. 범용화와 신기술로 촉발되는 존재 가치의 위기는 오직 레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비슷한 환경에 놓인 기업, 인간을 넘어 AI까지 경쟁자로 삼게 된 개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분석한 네 가지 전략은 지극히 본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저자 역시 책에서 "지금의 레고가 파는 것은 단순한 블록이 아니라 그들만의 독보적인 가치와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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