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핵직구] 숨어 있는 장관, 배신하는 여당

  •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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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3 07:01  |  수정 2024-04-03 14:51  |  발행일 2024-04-03 제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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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미국도 그렇지만, 전직 대통령은 국가 원로로서 현실정치에 초연한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문재인은 달랐다. 자신의 과거 민정수석을 공개 지지한 데 이어 지난 1일에는 옛 지역구 부산 사상구를 직접 찾아갔다. 그는 현 정부를 극렬히 비난하면서 세 야당을 응원했다. 하지만 문재인이 기자 앞에서 "칠십 평생에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다. 무지·무능·무도하다"라고 말한 대목에선 실소(失笑)가 나온다. 그런 현 정부의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파격 발탁해 소위 적폐수사에 이용한 사람이 누구인가. 비리투성이 조국 전 장관을 수사하려던 검찰총장을 찍어내려다 민심의 역풍을 맞아 정권을 반납한 사람이 대체 누구인가.

필자가 '자만하면 총선 진다'는 칼럼을 쓴 것이 지난 3월6일자 신문이었다. 그때 "국민의힘이 150~160석으로 절반을 넘길 것"이라고 떠벌린 여당 후보에 대해 제발 꿈 깨라고 경고했던 글이었다. 하지만 여당에는 불행하게도, 이 경고는 한 달 만에 현실이 되고 있다.

지금 여권 일각에선 매우 비관적인 총선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막판에 보수언론의 지원으로 보수층이 결집해 130석을 거둔다고 해도, 범야권에 과반을 빼앗긴다면 여당은 패배하고 여소야대 국회는 재현되는 것이다. "나는 억울하다"라고 아무리 외쳐도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집으로 돌아가 변호사 개업을 해야 한다.

과연 지난 한 달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가. 3월4일부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8일), 이 대사 출국(10일) 등 일련의 사건들이 불과 6일 만에 숨 가쁘게 이루어졌다. 이는 대통령의 수사 개입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야권의 거센 비판을 일으켰고, 정부와 여권의 무기력한 대응 속에 이 대사는 21일 전격 귀국해 결국 3월29일 사임한다. 한국 외교사의 큰 오점이요 망신이었다.

이 와중에 기름을 부은 사건이 바로 14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테러 발언이었다. 황 수석의 발언은 "이 대사 임명 논란은 좌파가 놓은 덫"이라는 대통령실의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KBS 출신 대통령 수석이 MBC 등 비판적 언론을 설득하려다 도리어 전 언론의 반발로 사퇴한 것이 지난 3월20일의 일이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거짓말처럼 벌어졌고, 한동훈의 등장으로 희석되었던 '정권심판론'이 다시 불붙기 시작한 것이다.

조국이 지난 2월 문재인을 만나 총선출마를 밝힐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 대사와 황 수석 사건을 거치면서 조국은 '정권심판론'의 화신처럼 정치적 괴물로 커져 갔다.

불과 한 달 사이 정치 상황이 이처럼 급변한 데에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론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대사 임명에 대한 결제를 상신한 외교부 장관의 책임이나 의료대란을 막지 못한 보건복지부 장관의 실책은 별로 말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대파를 들 동안 물가를 관리해야 할 경제부처 장관들은 어디에 있었는가. 하루를 해도, 장관은 대통령을 대신해 책임지라고 있는 자리다.

야권의 공격을 막아야 할 여당 의원들은 도리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보수 정객들의 고질병인 '배신의 정치'가 다시 도지고 있다. 여권의 자중지란 속에 치러지는 이번 총선의 결과는 과연 어떠할까. 자못 궁금하고, 한편으론 걱정이다.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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