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닥터프렌즈 오마이갓 세계사, 루이 14세의 치질 고치기 위해 75명 희생됐다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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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9 08:04  |  수정 2024-04-19 07:59  |  발행일 2024-04-19 제16면
전문醫 겸 웹소설 작가인 저자
이발사의 치질 수술 집도 등
구독자 120만 의학 유튜브채널
닥터프렌즈 '의학의 역사'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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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프렌즈 오마이갓 세계사'는 고대와 중세부터 근·현대까지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의지가 만들어낸 치열한 의학사를 탁월한 스토리텔링을 더해 풀어낸 책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오마이갓_표지
이낙준 지음/김영사/360쪽/2만1천원

닥터프렌즈는 구독자 120만의 대한민국 대표 의학 유튜브 채널이다. 그중 '의학의 역사' 코너는 누적 6천만 뷰를 돌파한 초인기 콘텐츠다. 이 책은 '의학의 역사'에서 다룬 내용을 정리해 펴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인류가 지금의 100세 시대를 맞이하기까지의 의학사를 담았다. 특히 맨땅에 헤딩하던 고대부터 어이없는 일이 난무하던 중세, 수많은 잔혹사가 펼쳐지던 근대, 최첨단 의료 서비스를 누리는 현대까지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의지가 만들어낸 치열한 생과 사의 역사를 소개한다.

저자 이낙준은 이비인후과 전문의이자 웹소설 작가다. 그런 그가 의학사에 빠져 발견한 놀라운 이야깃거리를 닥터프렌즈 채널에 소개하면서 '의학의 역사' 콘텐츠가 시작됐다. 역사와 의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스토리텔링, 방대한 자료 조사로 만들어낸 흥미로운 영상들은 구독자들의 눈과 귀를 단번에 사로잡았고 화제의 콘텐츠가 됐다.

책에서는 영상에서 다루지 못한 이야기와 70여 장의 사진과 일러스트, 다채로운 의학적 해설을 추가해 볼거리를 더 풍성하게 했다. 또 웹소설 흥행 작가다운 필력으로 이야기에 남다른 생동감을 부여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서는 고대에서 현대까지 의학의 기초가 어떻게 쌓이고 발전해왔는지 살핀다. 2장에서는 괴혈병, 천연두, 말라리아, 당뇨, 고혈압과 같은 질병의 역사적 흔적과 함께 과거와 현재의 치료법을 안내한다. 3장에서는 대마초, 코카인, 아편, 수은, 방사능 등 약물에 대한 무지와 남용이 낳은 역사를 다루면서 마약과 중금속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4장에서는 인류가 신체적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피를 보는 일을 조금도 망설이지 않은 수술의 역사를 들려준다.

특히 흥미로운 스토리텔링과 의학적 통찰로 풀어낸 '결정적 장면들'은 재미와 유익 모두 놓치지 않는다. 루이 14세를 치질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 준 이발사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는 과식도 잦고 단것도 많이 먹어 변비가 심했다. 여기에 치질까지 앓았던 터라 고통은 극에 달했다. 루이 14세는 자신의 치질을 고쳐줄 사람을 찾기 위해 유럽 전역에 수배령을 내리고, 이발사 샤를 프랑수아 펠릭스를 불러온다. 당시 외과의사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진 터라 외과 처치를 이발사들이 대신하던 때였다. 루이 14세는 자신의 치질을 완벽하게 치료하기 전까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연습에 연습을 거듭할 것을 명한다. 왕권을 등에 업은 펠릭스는 75명의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치질 수술법을 완전히 숙달하고, 그 수술법으로 루이 14세의 치질을 완전히 치료한다. 이후 치질 수술은 '묶고 자른다'를 원칙으로 진행됐고, 이를 계기로 파리 의과대학에서 외과를 다시 정규 과목으로 지정했다. 인간을 치질의 고통에서 해방시켜 준 위대한 사건이다.

이밖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공군 군의관이 고안한 백내장 수술 스토리, 간호사와 사랑에 빠진 천재 외과 의사가 연인을 위해 발명한 수술 장갑 이야기 등은 저자의 완벽한 스토리텔링이 더해지며 의학사의 결정적 순간으로 소개된다.

저자는 서문에서 "의학의 역사는 '질병'이라는 가장 무섭고 강대한 적과 싸우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해온 인류의 이야기이다. 그 중심에는 모자란 지식과 경험일지언정 최선을 다했던 의사와 죽음을 각오하고 의사들에게 몸을 내어준 환자들이 있다. 결국 의학의 역사란 질병과 싸워온 의사와 환자의 이야기"라고 정의한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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