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에 마주한 평화·자유 뺏긴 위안부…진심 다해 연극 무대에 올렸죠"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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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2 19:19  |  수정 2024-04-23 08:20  |  발행일 2024-04-23
[TALK&TALK] 대구연극제 대상 수상작 연출 이상명·더파란연극제 작품상 수상작 연출 백광현 인터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최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등을 겪으며 전 세계인들이 가장 바라게 된 건 평화가 됐다. 대구의 연극인에게도 전쟁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듯하다.

 

지난 4일 막을 내린 제41회 대구연극제 출품작 모두 전쟁과 관련 있었고, 대상 수상작 '평화'는 전쟁 끝에 비로소 마주하게 될 평화에 관한 이야기다. 이에 앞서 진행한 젊은 연극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3회 더파란 연극제에서 작품상을 받은 극단 솥귀의 '화몽 : 삼색 제비꽃이 피는 날'은 위안부를 소재로 한다.


대구연극제 대상 수상작을 연출한 이상명 연극저항집단 백치들 부대표와 더파란 연극제 작품상 수상작을 연출한 백광현 극단 솥귀 대표를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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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회 대구연극제 대상 수상작 '평화'를 연출한 연극저항집단 백치들의 이상명 부대표.
◆대구연극제 대상 수상작 '평화' 연출가 이상명
"단순한 이야기지만 진심으로 다가가고 싶었어요. 저희 세대가 전쟁 등을 영상으로 접하긴 했지만, 진심으로 다가간 적이 있었느냐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연극저항집단 백치들의 연극 '평화'를 연출한 이상명 백치들 부대표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진심'을 담으려 했다. 이들이 선보인 '평화'는 고대 그리스 희극 시인인 아리스토파네스의 작품이다. 작품 줄거리는 단순하다. 전쟁에 지친 시민 트리가이오스가 하늘에 올라가 '전쟁'이 자리를 비운 사이 기습 공격으로 '평화'를 구출하고, '평화'를 지상에 데리고 와서 축제를 연다는 내용이다.


"약 2천400년 전 작품인데 공연에선 극 중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을 어떻게 표현 했을까라는 궁금증이 있었죠. '세계 평화'가 제 꿈이기도 해요. 전쟁 관련 연극·소설은 많지만, 온전히 평화를 다루는 건 많지 않아서 이 작품을 해보고 싶었어요."


공연에는 시작하자마자 아이돌 가수의 음악에 맞춰 배우들이 다 같이 춤을 추는 장면이 꽤 길게 등장하는 등 안무 비중이 작지 않다. 또 몇몇 장면을 연출자가 추가해 이번 작품은 원작을 '창안(創案)'한 것이다.


"그리스 희랍극에 나오는 코러스 양식을 말뿐만 아니라 몸으로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는 '몸치(춤을 못 추는 사람)'이지만, 몸을 잘 쓰는 것을 배우고 싶은 생각에 국립현대무용단에서 하는 일반인 워크숍에도 참가했을 정도로 몸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기도 해요."


경북대 연극 동아리에서 활동하다 계명대 연극뮤지컬과에 편입한 이상명 부대표는 2018년부터 연극저항집단 백치들에서 활동하며 대구 연극계에 발을 내디뎠다. 이번 공연은 그의 여섯 번 연출작이다. 이 부대표와 작품에 참여한 스태프·배우들은 잠깐 휴식을 가진 뒤 여러 피드백을 수렴해 오는 6월28일부터 열리는 '제42회 대한민국연극제'에 대구 대표로 선보일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대상 수상은 저 혼자만이 아니라 작품에 참여한 배우와 스태프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대구 대표로 나가는 만큼 1부터 10까지 점검을 해야겠죠. 전체적으로 기술적인 완성도를 높이고 디테일이 부족한 장면을 하나하나 바꿔보려고 합니다."


그가 지금까지 선보인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인간'과 '사랑'이다. 이 부대표는 지난해 무대에 올린 '결혼'을 올해 장기 공연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또 올해 중 연극을 만드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연극의 대본을 마무리해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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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더파란 연극제 작품상을 수상한 극단 솥귀의 백광현 대표.
◆더파란 연극제 작품상 수상한 극단 솥귀 백광현 대표
극단 솥귀는 처음으로 참가한 더파란 연극제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하지만 수상작 '화몽 :삼색 제비꽃이 피는 날'의 작·연출을 맡은 백광현 극단 솥귀 대표를 비롯한 배우와 스태프들은 마음이 다소 무거운 상태에서 작품을 준비했다. 작품 소재가 위안부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작품은 역사적 기록보다는 3명의 소녀를 통해 자유를 박탈당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제비꽃, 까치 등을 등장 시켜 직설적이지 않게 표현하고, 시적인 표현을 주로 썼다.


"관련 서적, 영상, 인터뷰를 찾아보면서 기록보다는 사람의 감정을 토대로 희곡을 썼어요. 객관성을 잃은 상태로 저희끼리 연습을 해서 항상 불안했는데, 우려했던 것보다는 작품에 대해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대구대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한 백 대표는 대외활동으로 2014년 대구의 극단 한울림에서 하는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연극에 입문했다. 한울림에서 배우로 활동하다가 서울로 옮겼고, 2021년에는 극단 솥귀를 창단했다. 올해 1월부터 극단 솥귀는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다들 그렇듯 저도 서울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실제 가보니 좋았고, 사람들이 연극을 줄 서서 본다는 것에 대한 충격도 받았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로망이 깨졌고, 어디에서 연극을 하든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솥뚜껑의 손잡이'라는 뜻의 극단 이름처럼 극단 솥귀는 '연극판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를 지향한다. 백 대표는 이번에 선보인 '화몽 : 삼색 제비꽃이 피는 날'을 여러 무대에 올리고, 앞으로는 고전을 '흔하지 않게' 표현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관객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듣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언어적인 아름다움도 작품을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또 드러나지 않는 하나의 감정을 주제로 놓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어요. 가장 큰 목표는 러시아 작품을 한국적 색깔로 선보이고, 러시아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은 게 꿈이에요."


글·사진=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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