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오렌지 낯선 별에 던져진다면, 상상력 넘치는 퍼즐같은 詩…절제된 언어로 삶의 방식 그려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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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03 07:56  |  수정 2024-05-03 08:00  |  발행일 2024-05-03 제16면
대구 기반 시인 김건희 4년 만에 두 번째 시집 출간
환상적인 장면서 생활감 넘치는 시어 사용 '생동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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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시인의 두번째 시집 '오렌지 낯선 별에 던져진다면'은 환상적 풍경에서 불쑥 등장하는 생활감 넘치는 시어로 가득하다. <게티이미지뱅크>

대구에서 활동하는 김건희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절제된 언어로 시적 대상을 내밀하게 그려낸다.

이번 시집에는 모두 58편의 시를 담았다. 1부 '흰 눈썹에 가둔 새의 숨소리', 2부 '저 붉은 꽃잎이 문을 두드리면', 3부 '달의 이면에 숨은 문장', 4부 '벌겋게 익어갈 나의 사과들'로 구성됐다.

특히 환상적인 장면에서 불쑥 등장하는 생활감 넘치는 시어들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는 일종의 '시적 전략'이기도 하다. 시인은 이러한 시 쓰기의 태도를 "한 문장으로 사그라드는 감정을/ 사방으로 흩어지려는 은유의 중력을/ 부스럭거리는 반어 또한 나는 모른다// 맨발의 내가/ 그대에게 깃발을 꽂으려/ 한 발 한 발 다가갈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삶은 혼자만이 걷는 길이 아니고 우리 모두 함께 걷는 길의 지평 위에 있기 때문에 소중하고 가치 있다고 강조한다.

오렌지_표지
김건희 지음/ 상상인/134쪽/1만2천원

이번 시집에는 세련된 시적 문장을 억지로 늘어놓지 않는다. 평이한 문장을 사용하면서 디테일한 상황 묘사가 두드러진다. 수사적인 표현이나 작위적인 설정 없이 존재하는 진실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그러면서 강렬한 이미지와 상징성도 시어 속에 숨어 있다. 시를 읽어갈수록 마치 낱말 퍼즐을 푸는 상상에 빠진다.

"천 개의 조각마다 천 개의 꿈이 있지// 꿈이 있을 법한 조각의 허벅지에/ 뒤꿈치 끼워 맞추는 것은 모두 비밀// 클림트가 키스를 완성할 때/ 황홀한 눈빛과 달콤한 입에 맞는/ 수천의 감정을 찾아 그렸듯// 합일의 정점으로 한 발짝 다가가는/ 나는 퍼즐러"('나는 퍼즐러' 중에서)

시집에는 시인의 삶의 방식도 드러난다.

"우산 쓴 누군가와 좁은 골목길에서 마주칠 때/ 한쪽이 우산을 더 높이 들어야/ 비켜 갈 수 있는 방향// 변덕스러운 날씨라도/ 먹구름에 둘러싸여도/ 바람에 날리지 않게 손잡이를 꽉 움켜쥐어야 한다// 사선으로 사정없이 쏟아지는 비바람에/ 자기소개서 들고 온몸으로 돌진한다"('우산의 방향' 중에서)

이구한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김건희 시인의 '오렌지 낯선 별에 던져진다면'은 제목부터 몸의 운동이 외부에 강하게 파동친다. 오렌지를 낯선 별에게 던진 몸이 외부와 관계를 맺음은 대상을 향한 존재의 의식 흐름이며, 생명의 지향성에 대한 관심"이라면서"몸 안의 세계를 탐색하던 시인은 몸 밖의 세계로 나아갔고, 몸 밖의 세계에서 더 넓은 세계, 더 나아가 '낯선 접시별'인 우주로까지 송신을 한다"고 평했다.

김건희 시인은 2018년 미당문학 신인 작품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두근두근 캥거루'가 있고, 2016 동서문학상, 1회 해동공자 최충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시인협회, 대구시인협회, 문인협회 회원, 미당문학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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