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이철우의 '한 나라처럼'

  • 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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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20 06:55  |  수정 2024-06-19 10:03  |  발행일 2024-05-20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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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현 경북본사 본부장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머릿속으로 그린 것은 2018년 지방선거 출마 전후로 보인다. 그해 6·13 지방선거에서 경북도지사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그는 선거 하루 전 뜻밖에도 대구에 모습을 드러낸다. 당시 선거 판세는 '더불어민주당이 좋은 흐름을 타고 있었고, 이 같은 분위기는 대구에도 고스란히 전해져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가 막판 추격을 허용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이때 구원투수처럼 이철우 후보가 대구 신매시장에 등판해 권영진 후보와 합동유세를 펼친 것이다. 사실상 지원유세나 다름없었던 이 자리에서 이철우 후보는 처음으로 '대구경북을 한 나라처럼 운영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대구시민에게 호소했다.

처음에는 아무도 '한 나라'에 담긴 뜻을 이해하지 못했고 관심도 두지 않았다. 그로부터 4개월 뒤 대구시청을 찾은 이철우 도지사는 방명록에 또다시 '대구경북 한 나라처럼'이라는 글을 남긴다. 자신의 구상이 즉흥적이 아니었음을 강조하기라도 하듯 말이다. 실제 이 글귀는 '대구경북 한 뿌리' '대구경북 상생' 등 기존의 슬로건과는 차원이 다를 뿐 아니라 도발적이기까지 했다. 이후로도 그는 언론과 만날 때마다 '대구경북 한 나라처럼'을 설파했다. 특히 1949년 경북(대구 포함) 인구가 321만명으로 서울(144만명)·경기(180만명)보다 많았다며 현재의 기형적인 서울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지방소멸을 막는 방법은 시·도 통합뿐이라고 강조했다.

인구 500만명으로 국가처럼 운영해 보겠다는 대구경북 행정통합론은 관문(關門) 성격의 대구경북신공항 건설과 함께 2019년부터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대구경북특별자치도'(가칭) 밑그림까지 완성됐다. 하지만 지역별 찬반이 갈리고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이 충돌했다. 경북도는 조급했지만 정부와 정치권에선 미온적이었다. 2022년 지방선거에 출마한 홍준표 당시 대구시장 후보가 시너지 효과가 없다며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부정적 의사를 밝힌 후로는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아마도 이 당시 이철우 도지사의 속은 문드러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런 그에게 다시 '한 나라'의 꿈을 꿀 수 있도록 길을 연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홍준표 시장은 최근 대구경북 통합을 공개적으로 제안하고 2026년 지방선거에서는 대구경북 통합 단체장 1명을 선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까지 전망했다.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철우 도지사는 홍준표 시장의 제안에 즉각 호응하고 나섰다. 내년 통합법안 국회 통과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행정통합이 위기에 빠진 지방을 구할 묘책이 될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방의 현실을 생각하면 뭐라도 해야 할 판국이니 기대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과거 통합을 논의하면서 불거진 각종 문제들을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또다시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홍준표 시장은 '500만의 대구직할시로 통합'을 강조하고 나섰다. 도(道)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통합됐을 경우 현 대구시의 위상을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반면 이전 대구경북행정통합연구단이 제시한 그림은 '대구경북특별자치도'였고 대구시는 특례시로서 광역행정의 특수성과 효율성을 보장하는 방식이었다. 작은 차이라도 접점을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 아무튼 지방식민시대 대구경북에서 '지방의 반란'이 시작되길 희망한다.
변종현 경북본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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