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핵직구] 문재인과 체임벌린

  •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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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29  |  수정 2024-05-29 06:59  |  발행일 2024-05-29 제27면

[돌직구 핵직구] 문재인과 체임벌린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친애하는 동포 여러분, 영국 총리가 독일에서 명예로운 평화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나는 이것이 우리 시대를 위한 평화라고 믿습니다. 집에 돌아가셔서 평안히 주무십시오."

1938년 9월30일. 영국 총리 아서 네빌 체임벌린은 독일 뮌헨 협정에서 히틀러에게 체코 영토의 일부를 양보하고 런던으로 돌아와 수상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 앞에 모인 군중들에게 협정 문서를 높이 흔들며 자랑했다.

당시 그는 뮌헨 협정 후 체코와 폴란드를 전면 침공한 히틀러가 진실로 평화를 원한다고 정말로 믿었던 듯하다. 여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남자(히틀러)는 일단 약속을 하면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그의 얼굴에서 확인했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체임벌린은 히틀러의 야욕을 오판해 유약한 외교적 유화책을 거듭하다 실기(失期)한 역사상 최악의 무능한 리더로 기록된다.

"상응조치가 있다면 비핵화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약속은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

전직 대통령 문재인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 밝힌 이 발언은 매우 심각하고 충격적이다. 지난 27일 서울에서 한일중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심야에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정도로 불안하고 위험한 인물이 바로 김정은이다. 일본 오키나와에선 20분간 경보가 울리고 주민들이 대피했다. 그런 김정은이 자신의 딸 운운하면서 핵 포기 가능성을 입에 담았을 때 핵 위험에 놓인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그의 의도를 의심치 않고 믿었다면 순진한 것인가, 무능한 것인가.

문재인이 재임 시절 그의 정체성과 의식세계를 의심케 하는 언행으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발언은 대한민국의 영토와 국민들의 생명을 자칫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어쩌면 북한 독재 정권의 호전성과 침략성을 호도하고 감추는, 이적(利敵) 행위일 수도 있다.

김정은은 올해 초 "북한 헌법에 한반도 전쟁 발발 시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해 북한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자"고 밝혔다.

문재인의 대북 유화 공세를 처음으로 체임벌린의 실책에 빗댄 원조(元祖)는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였지만, 이번 문재인의 발언에 대한 통일부 장관의 비판은 아주 적절하고 정확했다. 김영호 장관은 "체임벌린이 히틀러를 신뢰해 유화정책을 펼친 결과로 히틀러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면서 "북한의 의도를 전적으로 믿는다면 우리에게 대단히 부정적인 안보상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기꾼의 보이스피싱에 속은 결과는 금전적 손해에 그칠 수 있지만, 핵을 가진 독재자에게 속은 결과는 대한민국의 공산화와 국민들의 노예화로 귀결될 것이다.

문재인은 회고록에서 5년 전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당시 트럼프의 참모들이 발목을 잡았다고 주장했으나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국무장관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이 비핵화에 진심'이라는 데 대해서도 "나는 그걸 조금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재인이 재임 시절 한미훈련중단과 종전선언에 집착한 진심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트럼프 정부 당시 미국무부 대변인은 "문재인이 북한에 양보하려 해 미국은 문을 싱가포르회담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회고했다. 트럼프는 문재인에 대해 "협상가로서 약했다"고 평했다. 김정은이 문재인을 존중한 적이 없었다고도 했다. 지금 문재인 정권이 교체돼 윤석열 정권이 국가의 외교 안보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다행스럽다.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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