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초례산 일원에서 정체 모를 '글자'가 새겨진 바위가 발견됐다. 대구시가 해당 비문에 대한 전문가 분석 조사에 나설 예정이어서 '국가유산(이하 문화재)적 가치'가 증명될지, 단순 '해프닝'에 그칠지 관심이 쏠린다.
28일 대구시에 따르면 동구 내곡동 초례산 한 계곡에 세워진 바위에 300여 자의 한자가 새겨져 있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지난 19일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이 바위에 형성된 비문은 직사각형 모양에 음각(평평한 면에 글자가 그림 따위를 안으로 새긴 조각)으로 이뤄졌다. 비문에는 정확한 시기가 없는 '정묘년 단양절(단옷날)'에 대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비문에 30명에 달하는 인물 명칭이 함께 기재된 것으로 확인돼 궁금증을 더한다. 이씨(李氏), 조씨(曺氏), 황씨(黃氏), 서씨(徐氏) 등 다양한 성을 가진 인명이 비문에 새겨졌다.
대구시는 내부적으로 비문의 언어적·시기적 상황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쏟아지자 전문가에게 정밀 분석을 맡겨 다음 달까지 보다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동호서당 등 비문 인근 문화재, 지역 문중과도 연관성이 있는지 추가 파악에 나설 예정이다.
문화재적 가치가 인정되면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따라 광역단체에서 기초단체로 관련 내용이 공유된다. 기초단체에서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문화재 신청을 할 수 있고, 문화유산보호법 또는 시 조례에 의해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 중 보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문화재인 '비지정 문화재'로도 관리할 수 있다.
다만, 이번 비문이 불특정 인물들이 새긴 '잡문'으로 판정되면 단순한 이야깃거리에 그치는 '촌극'으로 끝날 전망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문화재에 대한 보존과 복원은 '고유성'이라는 부분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번 비문에 담긴 내용을 섣불리 판단할 수 없기에 전문가에게 해석을 맡겨 보존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이동현기자 leedh@yeongnam.com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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