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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인근에 설치된 동상. 영남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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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 박정희대통령동상건립추진위원회 추진단장이 지난달 19일 경북도청 안민관 다목적홀에서 고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오주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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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시국행동·열린사회를 위한 안동시민연대가 지난달 19일 경북도청 앞에서 박정희 우상화 동상 건립 반대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주석 기자 |
경북도청 앞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설립을 두고 시민 단체들의 대립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시민단체는 저마다 '계승'과 '우상화'를 주장하며 박 전 대통령 동상 설립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상 설립이 추진되는 위치를 둘러싼 지역 사회의 의견도 팽팽히 맞선다.
◆박 전 대통령 동상 국민 성금 모금 '순항'
박정희대통령동상건립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제 2기 출범식을 갖고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위한 국민 성금 모금 운동에 착수했다. 이달 2일 기준 모금된 금액은 1억 2천여만원에 달한다. 대표단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모금 활동에 돌입한 지 2주 만에 목표액 10억원의 십분의 일을 달성한 것이다.
위원회는 추진위원(회원) 1만명 가입으로 10억 기부금을 모집하는 방안과 10만명의 국민이 1만원씩 내는 국민 성금 모금 방안을 혼합해 동상 설립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출생일인 11월 14일 동상 제막을 목표로 경북 22개 시군에 지역 추진 본부를 설치하고 서울과 경기, 부산 등 광역지자체에서도 모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형기 위원회 추진단장은 "제2의 박정희 대통령을 고대하며 시민 주도 동상 건립 모금 운동을 추진하게 됐다"며 "모금의 흥행 여부에 따라 박정희 동상 뿐만 아니라 박정희 도서관 건립도 생각해볼 수 있을 정도로 초기 실적이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동상 크기는 위원들의 의견을 거쳐 일부 조정됐다. 관람객이 박 전 대통령 동상의 발 부위를 만질 수 있도록 좌대 높이를 기존 3m에서 1.5m로 축소했다. 동상 전신은 기존 7m를 유지한다. 이는 경북 구미 박정희 생가에 위치한 동상보다 2.5m 가량 큰 것이다. 앞서 위원회는 출범식에서 동상 높이를 좌대 포함 10m로 맞추고 좌대 앞면에 '민족 중흥의 위대한 총설계사' 박정희(1917~1979) 뒷면에는 박정희 대통령 어록을 새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배경석에 새길 박정희 대통령 12대 업적도 의결됐다. 위원회에 따르면 △경부고속도로 건설 △포항제철 창설 등 중화학공업화 추진 △새마을운동 전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의료보험제도 시행 등이 업적에 포함됐다. 이와 함께 △5·16 △10월 유신 등 다소 논란이 있는 업적도 배경석에 새겨질 예정이다.
김 단장은 "박 대통령의 100대 업적 중 30대 업적을 고른 뒤 전문가 의견을 거쳐 12대 업적을 확정했다"라며 "수많은 반대에도 경부고속도로를 닦아 산업화 토대를 만든 업적 등을 배경석에 담아 12폭의 병풍 형태로 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과 분명한 박 전 대통령 우상화 '반대'
위원회가 출범하던 날 경북 도청 앞에선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 반대 집회가 열렸다. 경북시국행동·열린사회를 위한 안동시민연대는 '친일 독재자 박정희 우상화 동상 경북도청 앞 건립 반대'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서 저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경북도의 심장이자 상징인 도청 앞에 박정희를 추앙하는 동상을 만드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과오로 군사 쿠데타와 국회 해산, 유신독재 등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도청 앞 건립을 반대했다.
임순광 경북시국행동 집행위원은 "공과에 대한 논쟁이 첨예한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을 경북의 중심인 경북도청 앞에 조성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시민 단체가 성금을 모아 동상을 만드는 건 자유지만 이를 공공장소에 배치하는 건 말이 안된다. 꼭 필요하다면 사유지에 동상을 세울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은 경북도를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도당은 논평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은 3선 개헌으로 국회를 해산하고 대통령 직선제와 지방자치제를 폐지하는 등 그 공과가 크게 엇갈리는 만큼 도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여론수렴이 선행되어야 함에도 경북도는 일방적인 우상화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구 10만 최첨단 자족도시 구상과 경북의 미래 천년을 내다보며 조성된 도청 앞 광장 천년숲에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을 죽음으로 내 몬 인물의 동상을 세우는 것은 시대를 외면하고 역사에 역행하는 만행이 아닐 수 없다"며 경북도를 비난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 5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박정희우상화반대범시민운동본부 역시 "대구와 경북에서 추진 중인 박정희 우상화 사업이 시민들 사이에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 동상 충분한 숙의해야"
경북도청 앞 광장에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이 추진되는 것을 두고 지역 사회의 의견도 갈리는 분위기다. 이미 경북 곳곳에 분포한 동상을 도청에 추가 설치하는 것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은 구미시 박정희 생가 앞, 청도군 새마을운동 발상지 광장, 경주 보문관광단지 등 3곳에 있다. 여기에 도청 앞까지 추가되면 경북지역에만 박 전 대통령 동상이 4곳에 위치하게 된다.
박 전 대통령 동상이 있는 구미 박정희 생사는 매년 10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 지역의 관광 명소로 자리잡았다.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 관광역사공원 역사의 다리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참모진들이 함께 걷는 동상이 위치해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구미시 관계자는 "박정희 대통령 생가가 위치하고 있다 보니 매년 전국에서 꾸준히 관람객이 몰려온다"라며 "역사 자료관이나 새마을 테마공원도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주변 시설과의 연계성도 우수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두고 일각에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경북도청의 한 직원은 "박정희 대통령의 치적 자체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지만 동상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동상을 새로 짓기보단 기존 시설을 보강, 개선해 관광자원으로 활성화하는 방법도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엄창옥 경북대 명예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은 지금도 포화 상태라고 볼 수 있다"라며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세계 각국이 지도자들의 동상을 철거하는 상황에 이를 늘리는 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 교수는 "동상을 추가한다면 시민들과 충분히 위치나 규모 등을 숙고하여 결정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