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발견을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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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8-21  |  수정 2024-08-21 07:05  |  발행일 2024-08-21 제26면
미국 유튜버 자전거 여행서

보여준 한국 모습 눈길 끌어

꾸미지 않은 한국 모습 담아

진심으로 베푸는 모습 감동

평범한 것도 관광객에는 흥미

[하프타임]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발견을
최미애 문화부 선임기자

느닷없이 기자의 알고리즘에 걸려든 한 유튜브 채널이 있다. '닉 케이(Nick K)'라는 이름의 미국 출신 유튜버가 운영하는 채널이다. 그는 대만·필리핀·태국 등을 자전거를 타고 여행한다. 최근 일본을 거쳐 한국에 도착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며 많은 한국인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가 올린 한국에서의 첫 영상은 조회 수 150여만 회를 기록했다. 그의 이전 일본에서의 영상 중 조회 수가 가장 많은 것이 2만 회인 것을 고려하면, 한국에서의 영상에 관한 관심이 그만큼 뜨거운 것이다.

영상에서 닉 케이는 뛰어난 언변을 보여주거나, 화려한 편집 기술로 구독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이 보고 있는 한국과 한국의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자신이 느낀 점을 솔직 담백하게 드러낼 뿐이다.

그의 영상에서 기자의 눈길을 끈 건 한국 사람의 진심 어린 행동이었다. 이는 한국인의 '정(情)'을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기자에게는 '진심'으로도 느껴졌다. 유튜버가 영상을 찍고 있어서 잘 보이려는 의도를 갖고 한 행동이 아닌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충북 괴산 연풍면에서 들른 한 식당에서 만난 한 여성은 자신이 먹고 있는 콩국수를 보고 닉 케이가 관심을 보이자, 콩국수를 덜어줄 그릇을 찾아 식당 주방으로 찾아간다. 그러자 이 식당 주인은 기존 콩국수 양의 절반 정도 되는 콩국수를 닉 케이에게 건넨다. 콩국수를 덜어줄 그릇을 가지러 갔던 여성과 그의 딸은 식사를 마친 후 닉 케이를 마을 회관으로 보이는 공간을 숙소로 내준다. 한 택시기사는 그에게 아침에 먹으라며 우유, 빵 등을 사서 가져다준다.

그가 대구에서 만난 대구 시민들의 행동도 자연스럽다. 대구 와룡시장 인근 가게의 한 상인은 그에게 수박을 가져다주고, 돈은 받지 않고 여러 장의 손수건을 선물하기도 한다.

이를 본 한국인들은 "보는 내내 미소가 지어진다""돈으로도 살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진정한 가치가 느껴진다" 등 뭉클한 감정을 담은 댓글을 달았다. 한국인 구독자를 염두에 두지 않았음에도 그의 영상에는 어느 순간부터 한국인들이 쓴 댓글이 주를 이룬다.

그의 영상과 관련된 여러 댓글 중 기자의 눈길을 끈 건 "그 어떤 관광 홍보 영상보다도 효과가 있다"는 반응이다. 실제 지방 소멸을 마주한 전국 지자체에선 다양한 형태로 관광 사업을 벌인다. 쇠락하고 있는 동네를 살리고 활기를 되찾게 하는 데 관광만 한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인플루언서, 블로거 등을 모아 진행하는 팸투어나 입장료 등 다양한 할인 혜택이 있는 이벤트가 지자체나 관련 공공기관의 대표적인 관광 관련 사업이다. 이런 형태의 사업도 물론 필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무엇인가 하게 되면 관광객이 찾아오는 계기는 우선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닉 케이의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느낀 건 우리에게 평범한 것도 관광객에게는 흥미로운 요소라는 점이다. 기자 또한 한국인의 정을 다시 떠올리고,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어떤 동네를 한번 찾아가 보고 싶어졌다. 그 자체로만 놓고 보면 영상에 나온 시골과 도시들은 우리의 일상이고,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다. 대구에서 그가 지나간 공간만 해도 거창한 관광지가 아닌 와룡시장, 서문시장, 신천 등 일상의 공간이고, 그곳의 일부인 사람들이었다.
최미애 문화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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