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방문한 대구 남구 앞산 카페거리 일대. 남구청년키움식당으로 운영되던 건물이 운영을 중단해 문 손잡이에 자물쇠가 잠겨 있다. |
지난해 대구 남구는 푸드랩 협동조합과 업무협약을 맺고 청년키움식당을 운영했다. 대구 남구 제공. |
지난 21일 오후 6시쯤 방문한 대구 남구 대명동 앞산 카페거리 일대. 눈에 띄게 분홍색 페인트가 칠해진 건물의 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었다. 저녁 시간대였지만, 내부는 불을 켜지 않아 어두컴컴했다. 텅 빈 내부의 고요함은 인근 치킨집의 붐비는 손님들의 대화 소리와 대조를 이뤘다. 이곳은 청년들이 '제2의 백종원'을 꿈꾸던 '청년키움식당'이다.
대구 남구가 국비를 지원받아 미래 외식업 창업가를 양성하던 청년키움식당이 올해 조용히 문을 닫았다.
25일 남구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청년키움식당 운영이 중단됐다. 올해 청년 창업 희망자 모집에 나섰지만, 지원자 미달로 공모사업을 더는 신청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영남권에서 유일했던 남구청년키움식당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현재 전국에 서울과 전북 익산, 완주 등 4곳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청년키움식당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외식업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 예비창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는 공모 사업이다. 39세 이하 예비 창업가들이 최대 3개월 간 식당 운영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메뉴 개발, 회계, 경영 등 각종 교육 및 컨설팅을 진행하는 '창업 인큐베이팅' 시설로 운영됐다.
지자체 단독으로 공모에 신청할 수 없는 규정으로 남구는 지난 2021년 계명문화대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모에 선정됐다. 지난해부턴 계명문화대가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남구는 푸드랩 협동조합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청년키움식당을 운영했다.
청년키움식당은 남구의 공유재산인 옛 파출소 건물에 들어섰다. 연간 2억 원을 지원받아 2021년 4개 팀, 2022년 3개 팀, 2023년 4개 팀 등 총 11개 팀의 창업을 지원했다.
청년키움식당이 폐지된 것은 예비 창업가들의 수요와 맞지 않는 지원 프로그램이 꼽힌다. 특히, 한 팀이 운영할 수 있는 기한이 3개월로 제한돼 브랜드 가치, 자금 등 창업을 위한 기반을 쌓을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는 것이다.
창업 성공률이 낮아 실효성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구청년키움식당에서 3년간 창업에 도전하기 위해 참여한 11개 팀 중 창업에 성공한 팀은 고작 2개 팀뿐이다.
aT 관계자는 "많은 청년이 이른 시일 내 창업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로 국비를 지원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3개월로 기한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남구 관계자는 "프로그램이 교육과 컨설팅에 집중돼 있지만, 정작 참여자들은 당장 창업하기를 원했다. 손님들도 3개월마다 식당 이름이 바뀌어 혼란스러워해 식당 운영이 전반적으로 쉽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청년키움식당이 있던 건물에 공유 주방을 조성해 더 많은 사람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박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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