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핵직구] 고립·은둔 청년을 살리자!

  • 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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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0-30  |  수정 2024-10-30 07:01  |  발행일 2024-10-30 제27면

[돌직구 핵직구] 고립·은둔 청년을 살리자!
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청년들의 눈빛을 보면 그 사회의 미래를 알 수 있다. 우리 대한민국 청년들이 힘들다. 힘겹게 대학에 진학해도 4년 만에 졸업이 불안하다. 괜찮은 일자리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매년 40만명 이상이 대학을 졸업하지만 '좋은 일자리'(decent job)는 7~8만 개에 불과하다.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사회 구조의 문제가 되었다. 졸업→취업→연애→결혼→출산의 선순환 구조가 무너졌다. 청년 문제 해결은 저출산과 고령화, 그리고 교육·연금·국방·노동·의료 문제 해결의 첫 단추이다.

청년 실업자 400만명의 시대이다. 취업이 어렵다 보니 아예 사회적 활동을 포기한 고립·은둔 청년이 증가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청년(19~34세) 중 고립·은둔 청년은 5%로 조사되고 있다. 약 54만명의 청년들이 인간적·사회적 삶을 포기하고 있다. 사회적 단절 상태로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숫자가 많을 것이다. 이들 개인의 실패를 넘어 사회적 손실도 엄청나다. 어느 기관에 따르면 사회적 비용(경제, 건강, 복지, 국방 등)은 약 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아직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명확한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고립 청년은 '구직 활동 없이 6개월 이상 고립된 청년'을 말한다. 은둔 청년은 고립 청년들 중에서 '외출을 하지 않고 6개월 이상 집에서만 생활한 청년'을 일컫는다. 비율상으로 고립 청년 중 절반은 은둔 청년이다. 이들이 증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취업 실패(24.1%), 대인관계의 어려움(23.5%), 가족 관계 문제(12.4%), 건강 문제(12.4%) 등으로 나타났다.

원인에 따른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청년 취업을 위한 획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성장률을 높여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다. 시간이 걸린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 구조를 만드는 개혁도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급여는 대기업의 62%에 불과하다. 후생복지와 안정성은 훨씬 떨어진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의 직업 선택 기준은 급여(39.8%), 직장의 안정성(21.5%), 직무적합성(14.6%)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연봉과 복지, 개인의 성장성, 중소기업의 전망이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둘째,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회복해야 한다. 가족과 사회 공동체의 복원을 통해 고립·은둔 청년을 사전에 예방하고, 사후에 회복을 지원해야 한다. 낙오 청년들에 대한 비난보다는 따뜻한 위로·격려의 소통 문화가 필요하다. '한국형 복지제도' 구축을 통해 가족 내에서 이루어지는 양육·교육·복지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립·은둔 청년들의 실태 파악과 정책 마련을 위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청년지원기본법'(가칭) 제정이든 '청년기본법' 개정이 필요하다. 작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취약 청년 지원 정책은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 지속 가능한 근본적인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

일본의 고립·은둔 청년인 히키코모리 문제는 청년 완전 고용으로 해결하고 있고, 중국의 높은 청년실업률도 창업 지원을 통해 돌파하고 있다. 우리는 고립·은둔 청년 문제를 시혜적 복지 차원이 아니라 전인격적 사회인으로서 삶이 목적인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에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할 예정이다. 기존의 청년위원회와 청년재단이 협력하여 고립·은둔 청년 문제를 포함한 청년 정책의 대전환을 기대한다.

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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