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24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글래디에이터Ⅱ'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공포와 SF를 결합한 '에이리언'으로 인간의 근원적 공포를 들여다보고, 미래도시를 배경으로 한 '블레이드 러너'를 통해 삶과 죽음에 근원적 질문을 던졌던 리들리 스콧 감독은 '글래디에이터'에서 로마제국의 황제 코모두스에게 복수를 꿈꾸는 막시무스가 명예로운 결투를 벌이며,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줬다.
13일 개봉한 '글래디에이터Ⅱ'는 전작과 비교해 새로운 캐스팅과 보다 진화된 서사로 무장했다. 막시무스가 죽은 지 20년 후 로마의 운명을 건 결투를 벌이는 루시우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전편에서 '글래디에이터' 폐인을 양산했던 리들리 스콧 감독이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몰락위기에 놓인 로마제국을 위해 나선 검투사 '루시우스' 역할은 폴 메스칼이 맡았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분노와 복수심에 휩싸인 전쟁포로 루시우스의 우수에 찬 눈빛연기와 고난도 액션연기가 일품이다.
로마군을 이끄는 장군 '아카시우스'는 화제작 '왕좌의 게임' 시즌4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페드로 파스칼이 맡아 묵직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그는 대의를 위해 고뇌하는 강직하고 위엄있는 로마의 장군 역할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장인정신으로 완성한 장대한 스케일의 이 영화는 우선 실물과 흡사한 무대세트가 눈길을 모은다. 제작진은 로마를 상징하는 콜로세움을 실물크기의 약 60% 수준으로 재현했다. 모로코와 몰타, 영국 런던의 셰퍼튼 스튜디오까지 3개국을 이동하며 촬영했으며, 세계 각국에서 1천여 명이 넘는 작업자들이 세트 제작에 참여했다. 프로듀서 루시 피셔는 "AI시대에 어쩌면 직접 만든 마지막 위대한 세트장일지 모른다. 오래전 사라진 고대 로마의 거리를 걸으며 모두가 영광이라 느꼈다"고 전하기도 했다.
고대의 검투장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배우들의 디테일한 연기와 화려한 전쟁신은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로마군을 이끄는 아카시우스 장군의 진두지휘 아래 누미디아에서 펼쳐지는 해전, 그리고 콜로세움 안에서 벌어지는 검투사들의 활약도 볼 만하다. 특히 콜로세움에 물을 가득 붓고, 상어를 푼 뒤 검투사들이 살라미스 해전을 재연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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