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의 세계] 대구경북 경호업체 200여곳 "보호대상 정신적 충격 차단도 중요"

  • 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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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06  |  수정 2025-02-06 14:18  |  발행일 2025-02-06 제6면
[경호의 세계] 대구경북 경호업체 200여곳 보호대상 정신적 충격 차단도 중요
대구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학생들이 권총을 들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 유도 실습과 태권도 시범 모습(왼쪽부터 시계 방향). 〈대구과학대 제공〉

[경호의 세계] 대구경북 경호업체 200여곳 보호대상 정신적 충격 차단도 중요
박주현 〈대구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

검은색 슈트·선글라스·무전기·이어폰·특수부대 출신 ….

대중들이 흔히 '호위무사((護衛武士)'로 인식되는 경호원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다. 일상이 온통 베일에 쌓인 경호원들의 삶을 좀더 들여다보면 전문성과 헌신적 요소가 가득하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체포와 관련,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이 큰 주목을 받았다. 일부에서 정치적 공세에 경호업무를 연관시키려는 시도들이 있었지만 이는 본질과는 다르다. 경호업무는 정치적 이념과는 결부되지 않는다. 오롯이 누군가를 끝까지 지켜주는 임무수행에 충실할 뿐이다.

경호 분야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박주현 대구과학대 교수(경찰경호행정과). 박 교수는 국내 경호사(史)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1993년 국제경호센터 대표로 활동을 시작했다. 대구경북지역 최초 경호원으로 알려진 그는 대구시 경호무술협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2001년 대구과학대 교수로 부임해 20여 년간 2천명의 제자를 배출했다. 경찰 및 군사 분야는 물론, 기업보안팀과 주요 인사 보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그는 현재 〈주〉국제시스템과 〈주〉디에스컴퍼니에서 고문도 맡고 있다. 그는 "경호는 단순히 힘과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며 "위험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선제적 사고와 책임감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호원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방패'와 같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의 입을 통해 경호의 세계를 살짝 엿봤다.

위험 예측 예방·선제적 책임
눈에 보이지 않는 방패와 같아
이번 대통령 경호처 사태 대처
정치적 떠나 방어의무 아쉬움

일상 생활 어디서나 경호 발생
기업체·자녀 등하교 등 맡기도
현장상황 신속 대처 판단 해야
지역인재 맞춤교육 환경 필요


◆경호 본연의 덕목 지켜야

그는 이번에 대통령 경호처의 대처에 대해 아쉬워했다. 경호 관점에서 기본 덕목을 모두 지키지 못해서다. 경호 목적은 △신변 보호 △권위 유지 △질서 혼잡 방지 △친화 도모 △국위선양이라는 5가지 요소가 있다. 그는 "정치적 문제를 떠나 경호 측면에서만 볼 때 이번 경호처의 대처는 다소 아쉽다"고 했다. VIP 신변 보호와 그에 따른 권위 유지, 나아가 국위선양에 대한 요소를 모두 지키지 못했다는 것. 아울러 "대통령 한남동 관저엔 유사시를 대비한 여러 보호 시설과 장비들이 있을 것이다. 모두 VIP 신변 보호용이다. 이번엔 크게 작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공수처와 경찰이 관저로 진입하려 했다면 경호처는 당연히 디펜스(방어)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VIP 경호인력들이 법적 문제와 자기 안위를 걱정하며 자의적으로 행동·판단해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났다면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옛날 전쟁시 패배한 왕이 도망가면 호위무사들은 이유를 막론하고 목숨 바쳐 적으로부터 대상을 보호했다. 도망가는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경호처도 이번 일로 일부는 자괴감이 들지 않겠냐고도 했다.

◆경호 분야는 어디까지

경호업무의 스펙트럼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한국경비협회에 따르면 전국에 5천500여개의 경호업체가 있다. 이 중 신변 보호 전문 경호업체는 100여곳이다. 대구경북은 200여개 경호업체가 있고 이 중 신변보호 전문업체는 20여곳이다. 활동 분야는 크게 '공경호'와 '민간경호'로 나뉜다. 공경호는 대통령 경호부터 정부기관, 경찰, 군 등에서 행해진다. 법원 판사의 신변 보호를 하는 업무도 이 영역에 포함된다. 민간경호는 대기업 임원, 유명 인사 및 연예인, 개인이 사설업체를 통해 주로 진행한다. 특히 민간경호에는 인재들이 다각도로 활동한다. 기업들은 경호업체로부터 인재를 추천받아 파견 형식으로 활용한다. 내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느는 추세다. 대기업 내 고위층 인사 보호를 위한 자체 경호팀에서도 맹활약한다.

유명 인사 및 연예인은 각종 행사때 파트타임으로 경호원을 활용한다. '매니저 역할'과 '안전확보' 라는 두 가지 요소를 염두에 둔 것.

경호 관련 국가자격증은 '신변보호사'가 있다. 정확한 상황대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필기·실기를 거친다. 무술 자격증은 기본이다. 태권도, 유도, 합기도, 검도, 우슈, 공수도 등 최소 3단 이상 유단자를 필요로 한다. 경호 사용장비는 가스총과 전자충격기, 철제 3단봉 등이다. 이 중 꼭 한 가지는 소지한다. 경호원 간 실시간 현장 파악을 위한 무전기 착용은 필수다.

박 교수는 "요즘엔 기업체 취직도 많다. 대기업은 연봉이 기본 5천만~ 6천만원이고, 중소기업은 3천만~4천만원 수준"이라며 "최근엔 학교 왕따, 괴롭힘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다보니 자녀 등·하교를 경호업체에 맡기는 일도 늘고 있다"고 했다.

◆'두뇌 경호의 원칙'이 핵심

최고 경호원의 자질로는 단연 '빠른 상황 판단력'을 꼽는다. 강건한 신체와 체력, 준수한 외모 등 경호원이 갖춰야 할 요소들이 많지만 무엇보다 현장 상황을 읽고 신속 대처하는 판단력이 중요해서다. 박 교수는 "기본 교육을 받기 때문에 물리적인 부분에선 별 차이는 없다. 다만 상황 판단은 각기 역량이 다르다"며 "현장 흐름을 읽고 문제가 될 인물을 감지해 미리 저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경호 관련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수년 전 지역 한 기관장이 행사장에 참석했는데 곱게 차려입은 60대 여성이 VIP들 사이에 있었다"며 "주변인들 모두가 행사 관계자인 줄 알고 아무제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눈썰미 좋은 경호원 한 명이 그 여성을 즉각 격리조치했다. 알고 보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아픈 손가락도 없진 않았다.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가 유권자들과 인사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 반갑게 달려왔다. 이에 경호원이 위협적인 인물로 판단, 발로 걷어 차 버렸다. 이 일로 후보도 유권자도 모두 마음을 다쳤다. 박 교수는 "경호에서 보호 대상이 정신적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게 물리적 마찰보다 더 중요하다"며 "가해하려는 자가 욕을 하면 보호 대상에게 큰 정신적 충격을 준다. 두고두고 뇌리에 박히기 때문에 사전 차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상 파고드는 토탈 경호 시스템

경호업무는 신변보호 차원을 넘어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 수 있다. 박 교수는 "삼성은 자체 에스원이라는 경호업체를 통해 여러 분야와 연계한다. SK도 미국의 캡스 지분을 인수한 바 있다"며 "이들은 직원 출·퇴근 확인 및 복리후생, 식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며 토탈 시스템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전과 보안은 생활 어디에나 있고 그간 인력을 통한 경호가 있었다면 지금은 CCTV와 같은 기기와 융합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며 "경호 분야는 앞으로도 더 커질 시장"이라고 예측했다.

수요가 많은 만큼 인재 양성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박 교수는 "지역에서도 대기업만큼은 아니지만 공공기관과 대학, 산업과 연계해 지역 인재를 육성할 맞춤형 교육과정을 만들고 그에 따른 취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윤기자 bell0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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