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세습채용 매뉴얼’ 대물림까지

  •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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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03  |  수정 2025-03-03 17:57  |  발행일 2025-03-04 제5면
선관위 특혜 채용을 위해 서류 조작하는 방법 인수인계까지
감사원 감사에서 선관위 인사 담당자가 작성한 문서 적발
선관위 ‘세습채용 매뉴얼’ 대물림까지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모습. 연합뉴스


'아빠 찬스'를 통한 자녀 특혜 채용이 조직 내 '전통'으로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엔 인사부서 직원들이 특혜 채용을 위해 관련 서류를 조작하는 방법을 문서로 작성해 후임자에게 인수인계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의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전남선관위 인사 담당자는 2022년 2월 '서류전형+면접 팁.txt'라는 채용 실무를 다룬 파일을 작성했다. 해당 파일에는 채용 심사 업무와 관련해 '편법으로 (심사위원들의) 서명 부분만 미리 받음' '조정이 필요한 경우 A과장, B과장 평정표 수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전남선관위는 박찬진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사무차장이던 2022년 3월 그의 딸을 경력직으로 채용했다. 이 과정에서 전남선관위는 해당 파일 내용처럼 면접 시 외부위원들에게 평정표를 비워 두고 순위만 정해 다른 곳에 연필로 적도록 했다. 이후 인사담당자가 평정표에 직접 순위를 적었다. 당시 채용에서 박 전 총장의 딸을 포함한 6명이 합격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당시 전남선관위 인사 부서 상급자는 이 파일 작성자로 하여금 후임에게 해당 파일을 폐기하고 '편법' 등의 표현을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문서를) 수정했으니 공범"이라는 말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 측은 "인사 업무의 '팁'이라며 편법과 부당한 행위들을 적어 두고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인수인계했다"며 "이렇게 직원들이 인사 팁을 서로 공유하며 자녀 및 친인척 등의 특혜 채용을 관례화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달 27일 2013년부터 2023년 4월까지 중앙선관위 및 시도선관위가 실시한 291차례의 경력직 채용에서 모두 878건의 규정 및 절차 위반을 확인했다는 감사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여기엔 채용공고를 내지 않고 서류·면접 심사 위원을 내부 사람으로만 구성하거나 채용 청탁과 증거 은폐 시도가 적발됐다. 감사원은 자녀 채용에 관여한 김세환 전 사무총장, 송봉섭 전 사무차장 등 전현직 선관위 직원 32명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다.

또 선관위는 인사 및 복무 관리 전반에 걸쳐서도 법을 뛰어넘는 방만한 운영이 대거 확인됐다. 선관위 1급 직위는 21개로 정원 대비 0.71%를 차지한다. 전체 중앙행정기관(0.03%)에 비해 24배나 많다. 선거가 있는 해에 직원들이 대거 휴직하기도 했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동시에 치러진 2022년 3월 말 당시 선관위 휴직자는 209명(7.1%)에 달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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