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3년만 하겠다” 이철우 경북지사, 대선판에 던진 ‘자기희생’ 승부수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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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09 18:30  |  발행일 2025-04-09
국회 소통관서 공식 출마 선언…‘이이제이’ 앞세워 이재명 대항마 자처


이철우 경북지사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철우 경북지사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국회 소통관 회견장 앞 복도는 취재진과 경북도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감색 정장에 연한 푸른색 넥타이를 맨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단상에 올랐다. 이 지사는 정면을 응시하며 "무너지는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가 되겠다"는 문장으로 21대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특히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고 2028년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치르는 '분권형 개헌'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며 기존 대권 주자들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다.


◆87년 체제 종식 선언…"2028년 총선 맞춰 퇴진" 파격 공약


이 지사가 이번 출마에서 가장 전면에 내세운 기치는 '권력 분산'이다. 그는 당선 시 2028년 국회의원 선거 주기에 맞춰 자신의 임기를 3년만 채우고 물러나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지방분권형 개헌을 완수하기 위한 실천적 방안으로 풀이된다.


그는 현 시국을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어려운 미증유의 위기"라고 진단하며, 경북을 '자유우파의 종가'로, 자신을 '종손'으로 비유했다.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종손의 책임감으로 온몸을 던지겠다는 의지다.


◆이재명 대항마 자처…"이철우로 이재명 이긴다(이이제이)"


야권의 유력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공세도 수위를 높였다. 이 지사는 현재 당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후보들이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에게 고전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탄탄한 행정 실력과 확고한 애국심을 갖춘 '새 인물'만이 본선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며, 자신의 이름과 이 대표의 성이 같다는 점을 활용해 '이이제이(以李制李)'라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인지도는 낮지만 내실 있는 인물로 승부수를 띄워 대선판의 '대이변'을 일으키겠다는 구상이다.


현장에서 지켜본 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섞인 반응이 나왔다. 대구에서 올라온 50대 당원 김 모 씨는 "중앙 무대에서 인지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도지사로서 보여준 돌파력이 경선판에 활력을 줄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한 당직자는 "3년 임기 단축이라는 파격 제안이 당심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가 관건"이라고 귀띔했다.


◆"미스터트롯식 경선 도입해야"…당 지도부에 '룰' 개정 요구


회견 직후 이 지사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로 향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면담한 그는 직접 준비한 출마 선언문을 전달하며 경선 방식의 전면적인 개편을 촉구했다.


특히 그는 대중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인 '미스터트롯'을 예시로 들었다. 이 지사는 "기존 인지도가 높은 이들의 독무대가 아닌, 실력 있는 무명 인사가 발굴되는 감동적인 경선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선택 방지 조항 등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요구하며, 당 지도부를 향해 "새로운 인물이 진입할 수 있는 문턱을 낮춰달라"고 당부했다.


◆MB 예방으로 보수 적통성 부각


공식 행보의 시작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MB)을 찾은 점도 눈에 띈다. 오후 늦게 서울 논현동 사저를 예방한 이 지사는 보수 가치 수호를 위한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이 전 대통령은 대문 앞까지 마중 나온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이 지사를 맞이했다.


사저 안에서 진행된 환담에서 이 전 대통령은 "위기 상황마다 경북이 앞장섰던 역사적 사실이 있다"고 화답하며, 경북을 대표해 나선 만큼 최선을 다해줄 것을 격려했다. 이철우 지사가 '임기 단축'과 '새 인물론'을 들고나오면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구도는 단순한 지지율 싸움을 넘어 개헌과 룰 개정이라는 복합적인 변수를 마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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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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