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받았으니 나도”…폐지 줍는 70대 어르신, 산불 피해 성금 기부

  •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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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15  |  수정 2025-04-16 08:19  |  발행일 2025-04-16 제13면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 서너 달 모은 10만3천830원 조용히 내놓아

“나라에서 혜택받은 만큼, 어려운 이웃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익명 주민도 30만 원 동참…‘작은 나눔’으로 이어진 선행 릴레이
“도움 받았으니 나도”…폐지 줍는 70대 어르신, 산불 피해 성금 기부

익명의 어르신이 폐지를 팔아 모은 돈 10만3천830원을 산불 이재민을 위해 기탁했다. 경주시 제공

경주시 성건동에 사는 70대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이 폐지를 주워 모은 10만3천830원을 경북 대형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을 위해 기부했다. 생계조차 쉽지 않은 형편이지만, 국가로부터 받는 도움에 보답하려고 마련한 진심 어린 성금에 지역사회가 깊은 감동을 받고 있다.

지난 11일 늦은 오후, 경주시 성건동행정복지센터에 한 어르신이 조용히 들어섰다. 그는 작은 봉투 하나를 내밀며 “산불로 힘든 분들께 전해 달라"는 짧은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봉투 안에는 병과 캔, 폐지를 주워 서너 달 동안 정성껏 마련한 현금이 들어 있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자 홀몸으로 지내는 어르신은 당뇨와 혈관질환을 앓고 있어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하루 3~4시간씩 골목과 시장을 돌며 폐지를 모아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형편에도 매달 적십자에 2만 원씩 기부하고, 지난해 연말에도 10만 원을 후원하는 등 꾸준히 선행을 실천해 왔다.

특히 어르신은 “내가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고 있어서, 나라에서 받은 도움을 이렇게라도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뉴스에서 불에 탄 집 앞에서 울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작지만 내 손으로 직접 모은 돈이 꼭 필요한 곳에 닿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르신의 진심 어린 기부 소식은 또 다른 온기로 이어졌다. 15일 오전, 이름을 밝히지 않은 주민이 성건동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움직였다"며 30만 원을 기탁했다. 이 주민은 사진 촬영조차 거부한 채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성건동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어르신의 진정성 있는 말과 행동이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며 “이렇게 작은 마음이 또 다른 선행으로 이어지는 걸 보면서 사람의 온정이 주는 큰 울림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전달된 성금은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산불 피해 주민들에게 전액 지원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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