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불 피해 입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책 절실

  • 이선희 경북도의회 기획경제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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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17  |  수정 2025-04-17 07:26  |  발행일 2025-04-17 제21면
이선희 경상북도의회 기획경제위원장
이선희 (경북도의회 기획경제 위원장)
불은 산을 지나 삶을 태웠다. 삶의 터전은 무너졌고, 도민의 일상은 암흑의 재로 뒤덮였다. 경북을 휩쓴 화마는 지역경제의 뿌리까지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이번 산불은 전례 없는 속도로 확산했다.

3월22일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축구장 약 6만 3천 개, 서울 면적의 75%에 해당하는 4만 5천157㏊의 산림을 태웠다. 총피해 규모는 1조4천억 원, 복구비는 2조7천억원에 달한다. 안동 남후농공단지 43개 입주업체 중 14곳이 전소되고 11곳이 부분 피해를 입었다. 피해 기업은 기존 영업 계약과 공급망이 단절되고, 자금난까지 겪으며 생산 기반 자체가 붕괴한 상태로 남아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이 법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현행 법률에서는 산불 피해 기업에 대한 지원이 생계유지 등을 위한 금융지원에 치중돼 있어 전소된 구조물조차 제대로 철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는 중소기업 87곳, 소상공업체 966곳에 달한다. 산불은 지역 경제 기반의 회복 탄력성을 결정적으로 약화시켰고, 생존 기반 전체를 뒤흔드는 위기로 작용했다. 산불은 끝났지만, 진짜 복구는 지금부터다. 경북도의회는 3월31일, 산불 피해 지역 도민을 대상으로 1인당 30만원의 긴급생활안정지원금을 편성한 제1회 추경 예산안을 의결했다.

보편적 지원은 신속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었지만, 진정한 회복은 피해의 무게가 실린 곳에 지원의 무게도 함께 실릴 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4월15일부터 심사되는 기획경제위원회 소관 제2회 추경 예산안을 살펴보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되살릴 실질적 대책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경북도는 피해가 큰 만큼 대응 역시 구조적이고 정교하게 설계해야만 한다.

우선, '대형산불피해지역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피해를 입은 기업과 소상공인 등에 직접 복구비 지원과 영업결손 보전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두 번째로, 재해 정책자금 융자 한도 확대·융자 기간 연장·무이자 등 중소기업·소상공인 특별금융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경북도가 중소기업은 최대 5억 원, 소상공인은 최대 3억원까지 정책자금 지원이 가능하지만, 실질적으로 피해를 회복하는 수단으로는 한계가 있다. 세 번째로, 산불로 전소된 기업에는 원·부자재 수급 연계, 공급망 복원 컨설팅 등 현장 중심의 복구 인프라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이는 지속 가능한 경영 회복 기반으로 이어져야 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회복 없이는 지역의 회복도 없다. 공장이 돌아야 고용이 살아나고, 생산이 이어져야 유통이 복원된다. 지역 경제에 다시 숨을 불어넣고, 일터를 회복시키는 것이야말로 복구의 본질이다. 피해가 집중된 곳에 지원이 집중돼야 하고, 삶이 무너진 자리에 정책이 닿아야 한다. 삶을 태운 불에도, 다시 일어설 희망은 있다. 그 희망은 실질적인 지원과 제대로 된 대책에서 시작된다.

이선희 (경북도의회 기획경제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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