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대 HNH 대표가 자사 개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1인당 쌀 소비량의 가파른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쌀 가공식품 시장은 연간 8조4천억 원(2022년 기준) 규모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식생활 변화와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직접 밥을 짓기보다 가공된 형태의 쌀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데다 K-컬처의 영향으로 전 세계에서 한국 쌀 제품이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쌀 가공식품 등 단순한 먹거리에서 한 발 나아가 바이오 기술과 만나 기능성 식품과 화장품으로 변모하며 지역 강소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360배' 농축된 가바(GABA)의 경제학
10일 대구 남구 이천동에 문을 연 에이치앤에이치(HNH) 판매 공간은 쌀의 부가가치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술 전시장이다. 이곳에 진열된 기능성 쌀과 화장품은 단순히 껍질을 벗겨낸 곡물이 아니라 고도화된 성분 추출 기술의 집약체다.
HNH가 확보한 핵심 경쟁력은 신경 안정 성분인 가바(GABA)의 함량을 극대화하는 공법이다. 대구의 한 대형마트 양곡 코너에서 만난 주부 양금자씨(42)는 "가족 건강을 위해 일반 쌀 대신 가격이 비싸더라도 가바 함량이 높은 기능성 쌀을 소포장 단위로 구매한다"고 말했다.
HNH는 2021년 일반 현미 대비 가바 함량을 3배 높인 제품으로 주목받은 데 이어 최근에는 일반 백미보다 성분 수치가 360배 높은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성분 특화 기술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푸드테크 분야 R&D 우수 성과로 인정받는 근거가 됐다.
◆정미소 4대째의 반란…31조 원 탈모 시장 정조준
이준대 HNH 대표는 증조부 시절부터 이어온 100년 가업의 정체성을 '곡물 가공'에서 '바이오 소재'로 전환했다. 2016년 경북대 창업보육센터에서 출발해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이 기업은 이제 100% 유기농 기반의 뷰티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기대를 모으는 분야는 식물의 발아 에너지를 활용한 탈모 완화 제품이다. 식물이 싹을 틔울 때 응축되는 성장호르몬을 독자적인 공법으로 추출해 샴푸에 접목했다. 이는 연간 약 31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글로벌 탈모 케어 시장에서 지역 천연 원료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다. 이 대표는 "과거 방식의 정미소 운영만으로는 산업적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10년 전부터 쌀의 성분을 분석하는 연구에 매진했다"고 밝혔다.
평소 두피 관리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 김호성씨(35)는 "친구의 권유로 최근 쌀 성분의 헤어 제품을 쓰고 있다"며 "유기농 쌀 성분이 들어간 제품은 자극이 적다고 해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성분을 꼼꼼히 따져보고 고르는 편이다"라고 전했다.
◆지역 농가와 '상생 밸류체인' 구축…정책 지원은 숙제
경북 성주에 생산 기반을 둔 HNH는 지역 친환경 농가와의 계약 재배를 통해 원료를 조달한다. 지역 농가는 쌀 과잉 생산에 따른 판로 걱정을 덜고, 기업은 검증된 원료를 확보하는 상생 구조다. 유통망 역시 대구를 거점으로 제주와 서울 강남 등 전국 단위의 프리미엄 상권 진출을 가시화하고 있다.
다만, 지역 창업 생태계에 대한 아쉬움은 과제로 남았다. 이 대표는 초기 창업 과정에서 겪었던 자금 조달과 인프라 확보의 한계를 언급하며 지자체가 연구용역비와 사업 개발비 지원에 보다 실질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 달성군에서 쌀 농사를 짓는 농민 엄상범씨(67)는 "농사만 지어서는 수익을 맞추기 어려운데, 가공 업체와 계약을 맺으면 안정적인 납품이 가능해져 주변에서도 관심이 높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단순 가공을 넘어선 쌀의 바이오화가 지역 경제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남영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6·3 地選 인터뷰] “정부를 TK공항 공동 투자자로…대구 위해 김부겸 써야 할 때”](https://www.yeongnam.com/mnt/webdata/content/202604/5_26.04_.12_김부겸_인터뷰_썸네일_출력본_.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