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희용(고령-성주-칠곡) 의원. 정희용 의원실 제공
17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의 따개비마을 입구. 한 달 전 화마가 휩쓸고 간 산비탈에는 시커멓게 탄 소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서 있다. 마을 곳곳에는 전소된 주택의 잔해를 치우는 굴착기 소리만 가득하다. 경북 지역에서만 4천460여 채의 주택이 파손됐고, 2천900여 명의 주민은 여전히 인근 체육관이나 임시 조립주택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현장의 재건 의지는 높지만, 촘촘한 법적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파손된 집을 새로 짓거나 산사태를 막기 위한 옹벽을 세우려 해도 현행법상의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를 모두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은 18일, 산불 피해 지역의 행정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산불 복구 지원 3법'(산지관리법·산림자원법·농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잿더미 된 보전산지, 토지 활용 규제 푼다
가장 큰 변화는 사실상 산림 기능을 상실한 토지의 활용도 제고다. 현행 산지관리법상 '보전산지'로 지정된 땅은 건축물 설치 등 개발 행위가 엄격히 제한된다. 나무가 모두 타버려 잿더미가 된 임야라 할지라도 규제는 그대로 남는 구조다. 석리에서 만난 한 주민(60대)은 "집 뒤편 산이 다 타서 새로 정비를 하고 싶어도 규제 때문에 손을 못 댄다는 말을 들었다"며 "타버린 나무만 보고 있자니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정 의원이 내놓은 개정안은 대형 산불이나 소나무재선충병으로 회복이 불가능해진 임업용 산지를 보전산지 지정에서 해제할 수 있도록 했다. 규제 족쇄를 풀어 산주나 지자체가 피해 지역을 지역 경제 활성화 공간이나 주거 시설 확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설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선 조치, 후 통지'로 장마철 2차 피해 방어
여름철 우기를 앞둔 현장의 가장 큰 공포는 산사태다. 산불 피해지는 토양 고결화 현상으로 빗물을 흡수하지 못해 적은 비에도 토사가 쏟아질 위험이 크다. 현재는 응급 복구 사업을 하려 해도 토지 소유주의 사전 동의를 일일이 얻어야 한다. 외지에 거주하는 산주와 연락이 닿지 않으면 대응 시기를 놓치기 일쑤였다.
이번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국가와 지자체가 긴급 산림 사업을 우선 시행한 뒤 사후에 산주에게 알릴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했다. 인명 피해와 직결된 산사태 방지 시설물 설치 등 공익적 목적의 조치를 적기에 수행하기 위한 장치다.
◆농지 위 임시주택, '신고'만으로 즉시 설치
주거를 잃은 농민들을 위한 '농지법' 문턱도 낮아진다. 경북 지역 농작물 피해 규모는 2천062ha에 달하며, 생계 수단인 농지 근처에 머물며 복구 작업을 하려는 수요가 높다. 하지만 농지 위에 조립식 주택을 설치하려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전용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 과정에 최소 열흘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개정안은 특별재난지역 내 지자체장이 고시한 농지에 대해서는 허가 절차를 '신고'로 대체하도록 규정했다. 행정 소요 시간을 대폭 줄여 이재민들이 하루라도 빨리 현장 근처에 임시 거처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정 의원은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안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과 기존 법령 정비를 병행하는 종합 입법 대책을 추진하겠다"며 "산사태 예방과 주거·생계 회복 등 실질적 지원이 현장에 조속히 닿을 수 있도록 법안의 국회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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