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보문천군지구, 규제완화로 ‘멈춘 신도시’ 재개하나

  •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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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28 07:58  |  발행일 2025-04-28
착공 이후 네 차례 중단…사업비 부담에 공사재개 불투명
조합 측 건폐율·용적률 상향으로 토지 효율성·사업성 개선 기대
지역 부동산 침체·미분양 적체…현실은 여전히 험로
보문천군지구 도시개발사업은 110만4천305㎡ 부지에 5천326세대가 거주할 주거·상업·복지 단지를 환지 방식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경주시 제공>

보문천군지구 도시개발사업은 110만4천305㎡ 부지에 5천326세대가 거주할 주거·상업·복지 단지를 환지 방식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경주시 제공>

경주 보문관광단지 동쪽 끝자락, 천군동 1012번지 일대가 거대한 황무지처럼 내려다보인다. 110만 4천305㎡ 규모의 부지 곳곳에는 도로와 상하수도 관로가 실핏줄처럼 뻗어 있지만, 대형 덤프트럭이 지나다녀야 할 길목엔 잡풀만 무성했다. 2010년 계획 수립 이후 15년, 공정률 91% 지점에서 멈춰 선 현장 입구에는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유치권 행사 중임을 알리는 빛바랜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이곳은 당초 5천326세대(1만5천여 명)를 수용할 수 있는 신도시로 설계됐다. 하지만 2016년 경주 지진과 이어진 경기 침체, 코로나 사태, 건설 원가 폭등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며 공사는 네 차례나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현장 인근 주민 김은경(62)씨는 "몇 년째 공사 소리가 들리다 말다 하니 이제는 무덤덤하다"며 "길만 닦아놓고 건물이 안 들어서니 동네가 밤만 되면 칠흑같이 어둡다"고 답답해 했다.


교착 상태에 빠진 이 사업에 최근 경북도 도시계획위원회가 '규제 완화' 카드를 빼들었다. 지난 18일 통과된 변경안에 따라 단독주택 용지의 건폐율은 60%로, 용적률은 기존 150%에서 230%까지 대폭 상향됐다. 특히 대로변 주택의 층수 제한을 최대 7층까지 풀어 준 대목이 눈에 띈다. 이는 토지의 활용 가치를 높여 체비지(사업비 충당용 토지) 매각을 원활하게 하고, 2천750억원에서 3천186억원으로 16% 이상 불어난 사업비를 충당하려는 행정적 결단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공사와의 갈등 해결은 여전히 남은 숙제다. 2021년부터 공사를 맡은 현대건설은 미지급 공사비를 이유로 현장을 봉쇄했고, 조합원들은 추가 분담금 압박에 시달리며 협상은 계속 평행선을 달려왔다. 조합 측은 이번 용적률 상향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져 자금 조달의 활로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8년 혁신원자력 연구단지와 2030년 SMR(소형모듈원자로) 국가산단이 들어서면 배후 주거 수요가 충분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러나 지역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신중하다. 경주 지역의 만성적인 미분양 적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경주시 동천동 공인중개사 A(51)씨는 익명을 전제로 "사업성이 좋아진 건 맞지만 실제 건물이 올라가려면 시공사와 돈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


15년 전의 설계도가 '용적률 상향'이라는 수혈을 통해 실제 신도시 모습을 되찾을지 지역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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