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 간 단일화를 촉구하는 단식 농성 중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두 후보의 단일화 관련 회동 중계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가 8일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날 김 후보는 당 지도부가 제시한 '단일화 로드맵'(8일 방송 토론, 9일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을 거부하며 당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고, 지도부는 공식 대선 후보인 김 후보를 향해 “알량한 대통령 후보자 자리를 지키려 한다"고 막말을 쏟아내며 격하게 대립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사실상 흑역사를 썼다. 거대 정당의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가 선거를 코앞에 두고 크게 충돌하는 일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20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갈등을 빚기는 했으나 지금처럼 전면전 양상은 아니었다. 특히 당 지도부와 무소속 후보가 호흡을 맞춰 당 대선 후보와 대치하는 형국은 더욱 생경한 모습이다.
이날 김 후보는 오전 여의도 대선 캠프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당 지도부를 향해 “이 시간 이후 강제 후보 단일화라는 미명으로 정당한 대통령 후보인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에서 손 떼라"며 “강압적 단일화 요구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도 “정당한 절차와 정당한 경선을 거쳐 선출된 후보를 당의 몇몇 지도부가 끌어내리려는 해당 행위를 하고 있다"며 “지금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이 후보 단일화인가, 후보 교체인가"라며 지도부를 정조준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당 지도부는 김 후보의 거센 반발을 묵살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후보 등록을 마감하는 오는 11일까지 단일화 절차를 마치겠다는 의견을 고수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오늘부터 당 주도의 단일화 과정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이날 예정된 오후 6시 김·한 후보 간 양자 토론회는 김 후보 불참 의사로 취소됐지만, 일반국민 여론조사 및 당원 투표는 강행한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헌승 전국위원회 의장 명의로 '대선 최종 후보자 지명'을 안건으로 한 전국위의 소집(11일)을 공고하기도 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 결정에 따른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다"고 했다. 김 후보 측이 '당무우선권' 등을 근거로 단일화 절차를 주도하겠다는 데 대해서는 “김 후보께서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꿨는지 많은 분이 의아해한다"고 했다. 김 후보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도부를 겨냥해 한 후보의 출마 및 최종 후보로서 확정까지 기획이 돼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권 비대위원장은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11일 이후 단일화 절차를 밟겠다는 김 후보 입장도 배척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취재진을 만나 “11일까지 단일화를 안 하면 포기하겠다는 사람(한덕수 후보)과 11일부터 단일화 절차를 밟겠다고 하는 얘기는 거의 '이재명식'"이라고 직격했다. 김 후보를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 견줘 비판한 것이다. 자당 대선 후보에게 사실상 막말을 한 셈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도“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회견하는 모습"이라며 김 후보에게 날을 세웠다. 권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민주화 투사인지 의심이 들었다"며 “정치는 본인의 영달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며 김 후보를 강하게 쏘아붙였다.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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