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후보가 국회 사랑재에서 단일화 관련 2차 회동을 하고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8일 단일화를 위한 '2차 담판'에 나섰지만 무위에 그쳤다. 김 후보는 “왜 무소속 후보가 압박을 하냐"는 입장을 되풀이 했고, 한 후보는 “한치가 급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단일화를 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서로 간 평행선만 달린 것이다.
두 후보는 이날 오후 4시30분 김 후보의 제안으로 국회 사랑재에서 회담을 시작했다. 이들의 만남은 공개로 이뤄졌으며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사실랑 '끝짱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회동 내내 김 후보는 한 후보가 경선 전 입당하지 않았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김 후보는 “나라가 어렵다면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자리가 막중하지 않느냐"며 “그럼 그걸 그만두고 나오셨을 때 상당히 준비가 되셨을 텐데 출마를 결심했다면 당연히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게 여러 성격이나 방향으로 볼 때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왜 안 들어오시고 밖에 계셨냐"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한 후보가 당의 공식적인 경선 절차도 거치지 않고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무임승차'하려는 모양새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한 후보는 왜 뒤늦게 나타나서 국민의힘 경선을 다 거치고 돈을 다 내고 모든 절차를 다 따른 사람한테 단일화를 요구하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당 결정에 따른다면 당연히 국민의힘에 들어와서 경선을 따라야지 왜 다 끝난 다음에 나타나서 22번이나 한 (단일화) 약속을 안 지켰냐면서 청구서를 내미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는 “청구서가 아니다. 이 후보가 (11일까지 단일화를) 도저히 받을 수 없다고 하면 저로선 후보 등록을 할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며 “이는 사법부, 입법부, 행정부를 모두 가져가야 민주주의라고 주장하는 무도한 저들을 막고 누란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국민에게 예의가 아닌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제가 단일화를 통해 후보로 선정되면 즉각 국민의힘에 입당하겠다"고 했다.
한 후보는 김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단일화'에 대해 언급한 것을 꺼내며 압박에 나섰다. 한 후보는 “김 후보가 4월19일부터 6일까지 18일 동안 22번이나 '한덕수 후보와 단일화하겠다'고 했다"며 약속을 지킬 것을 재차 요구했다. 그러면서 “제발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당장 오늘 내일 결판내자"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후보 단일화 관련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김 후보는 “저는 단일화를 늘 생각하고 지금도 생각하고 한 번도 단일화를 안 한다고 한 적이 없다"며 “당연히 단일화의 첫 번째 대상은 총리님"이라고 답했지만, 한 후보가 입당하지 않고 경선에도 참여하지 않은 점 등을 들며 정당 정치의 절차 문제를 계속 지적했다.
두 후보 간엔 단일화 시기에 대한 논쟁도 오갔다. 한 후보는 하루빨리 단일화에 나서야 된다는 입장을 내비쳤고 김 후보는 압박하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한 후보는 “후보 등록 마감인 5월 11일 전에 단일화를 완료하자"고 했하지만 김 후보는 “왜 무소속 후보가 당 선출 후보를 압박하느냐"고 맞섰다.
김·한 후보는 1시간 정도 대화를 이어갔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 후보는 “제 입장은 '모든 단일화 과정은 당에 일임하겠다. 어떤 방법이든 다 수용하겠다. 여기에 김 후보가 도저히 달리 생각할 수가 없다면 회의는 이 정도에서 끝내는 게 (여기 있는) 언론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에 김 후보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한 후보는) 행정에 계시다 정당에 왔고 선거에 왔으니 여기대로의 법과 규정과 당헌, 당규, 관례가 있다는 것도 살펴주시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둘은 이 대화를 끝으로 포옹한 뒤 헤어졌다.

장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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