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고, 24시간 내 사망” 치명적 바이러스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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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09 08:06  |  발행일 2025-05-09
배두나·김윤석 주연 ‘바이러스
화려한 조연급 명품연기 눈길
“무미건조 삶에 파문 던지고파”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고, 24시간 내 사망” 치명적 바이러스

감염되면 세상이 온통 핑크빛으로 보이는 톡소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영화 '바이러스'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인류는 지난 몇 년간 전대미문의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였다. 사람들의 일상을 비집고 끼어든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류의 일상을 확연히 바꿔버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스크와 보호복이 놓였으며, 음압병실과 격리, 비대면이 낯설지 않게 됐다.

데뷔작 '사과'로 제3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 강이관 감독의 신작 역시 강력한 바이러스를 소재로 만들었다. 그가 대중에게 소개한 바이러스는 다소 특이하다. 한번 감염되면 세상이 온통 핑크빛으로 보이고, 금세 사랑에 빠지게 하는 '톡소 바이러스'인 것이다.

번역가 '택선'은 세상일에 심드렁한 여자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연애에 빠지는 것은 그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어느날 반강제적으로 나간 소개팅에서 모쏠인 백신 연구원 '수필'과 조우한다. 그런데 이 남자, 어딘가 이상하다. 첫 만남에 곧장 집으로 찾아오고, 청혼까지 일사천리다. 그를 만난 후 택선의 몸이 달라졌다. 가만히 있어도 실룩실룩 웃음이 터지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기만 하다. 감염되면 24시간 내 치사율 100%라는 '톡소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택선은 유일한 치료 전문가 '이균' 박사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하는데….

연애세포 '0'에서 사랑으로 충만한 극과 극의 택선을 연기한 배두나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봉준호, 잭 스나이더,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세계적 감독과 작업해온 그녀는 이번에도 배두나만이 가능한 '택선'을 만들어냈다. 함께 작업한 김윤석은 내면의 심리를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그녀를 두고 “때론 천진한 아이 같고, 때론 사랑에 빠진 성숙한 여인의 모습까지 천의 얼굴을 지닌 배우"라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영화 '바이러스'는 손석구, 장기하, 염혜란, 김윤석 등 개성파 연기자들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자동차회사 딜러로 일하는 장기하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택선이 함께 동해 바다를 보러 가자 제안하자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차를 팔겠다는 일념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배우에서 감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손석구는 아름다운 여자보다 실험실 쥐들과의 교감이 더 쉬운 모쏠 연구원으로 등장해 대체불가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영화의 엔딩 자막이 오를 쯤이면 '사랑도 일종의 감염'이라는 생각이 들 지도 모른다.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때로는 치명적인 흔적을 남기고, 때로는 무심하게 스쳐 지나치기도 하는 것이다. 강 감독은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톡소 바이러스로 파문을 일으키고 싶었음을 고백한다. 감독은 “'톡소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태도에 변화가 생기고, 주변 인간관계와 자신을 둘러싼 세상도 달라진다. 그 과정에서 한층 더 성장하는 인물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제작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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